혹시 가이로스가 저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여간에 내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 못마땅해서 안달이지요.

어제는 제가 갑옷을 만드는 걸 보고 참견을 하더라고요.

스콜램피스 가죽은 튼튼하지가 않다나 뭐라나.
하지만 이곳에선 오랫동안 스콜램피스 가죽으로 갑옷을 만들었습니다.

얇고 야들야들하기는 하지만 여러 겹을 누비면 다른 가죽 못지 않게 튼튼하거든요.

그런데 남의 말은 들을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자기가 아는 것만 옳다고 나서니...

한 겹으로 입는 게 아니라고 설명할까 하다가 귀찮아서 관뒀습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끝까지 아니라고 우길 게 뻔하니까 말입니다.
그자가 뭐라고 하든 저는 스콜램피스 가죽으로 갑옷을 만들 겁니다.

그런데 두어 겹을 더 만들어야 하는데 재료가 부족합니다.

지금 때가 때인지라 제가 스콜램피스를 잡으러 갈 수가 없네요. 저 대신 그 스콜램피스 가죽을 좀 모아다 주시겠습니까?
스콜램피스 가죽은 보기엔 흉측해도 가죽이 야들야들해서 착용감이 아주 좋지요.

그리고 누비면 훨씬 튼튼해지니까 성능도 다른 갑옷에 빠지지 않습니다.

제가 갑옷을 완성할 수 있도록 검은 반점 스콜램피스을 처치하여 가죽을 좀 모아다 주십시오.

검은 반점 스콜램피스는 검은 눈물 늪지대에 가시면 찾으실 수 있습니다.
스콜램피스 가죽을 가지고 오셨습니까?

가지고 있는 가죽은 다 써서 마침 새 가죽이 필요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나저나 가이로스는 하루 종일 절 흘끔거리더군요. 참견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느라 힘들었겠어요.
검은 반점 스콜램피스을 찾기가 힘들지는 않을 텐데...

당장 급한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지 마시고 얼른 가죽을 좀 구해다 주십시오.

가이로스가 하루 종일 흘끔거리는 걸 참기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때맞춰 가죽을 가져 오셨군요.

두어 겹 더 만들어서 누비면 완성될 겁니다. 뭐 가이로스가 말하는 바실리스크 가죽도 나쁘지는 않겠죠.

하지만 전 오랫동안 이걸 입었습니다.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걸 입는 거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