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잘생긴 것도 꽤나 피곤한 일이라오.

그저 한 번 웃기만 해도 반했다며 달려드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니 말이오.

물론 아름다운 여자가 그러면 사귀기도 하지만 그런 여자들은 질투가 어찌나 심한지...

다른 여자와 대화만 해도 데바는 다 그렇다는 둥, 자기를 배신하면 다 부숴 버리겠다는 둥 협박을 하니 말이오.
엘테넨에서 만난 시뮤나이라는 여자라오. 처음 보는 순간 나도 한눈에 반했었지.

날씬한 몸매에 아름다운 얼굴, 윤기 흐르는 금발... '저 여자는 주신께서 내려 주신 여자다!'라는 확신이 들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아름다운 꽃에는 가시가 있다더니 질투도 심하고 성격이 불 같았소. 다른 여자의 어깨에 손이 스쳤다는 이유로 뺨을 맞기까지 했다오.

그런 상황이 계속 되자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지. 그래서 이별을 고했더니 눈에서 불꽃이 활활 일더구려.
그런데 의외로 선선히 헤어져주더구려. 물론 저주의 말을 약간 퍼붓고 '언젠간 날 농락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라고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말이오.

그런데 얼마 전에 엘테넨에 있는 동료가 그녀의 근황을 전해 주더구려.

레파르 혁명단에 들어가서 '테르시테스라는 바람둥이는 사람도 아니다, 그놈을 부숴 버리겠다'라고 큰소리 치고 있다고 하오. 이거 참 망신스러워서...

내가 직접 가서 문제를 해결하기는 그러니 플레이어%이 좀 도와주면 어떻겠소? 지난번에도 도와줬으니 다시 한번 부탁하겠소.
정말 고맙소. 그럼 우선 아게이론 마을로 가서 아스클레피우스를 만나시오.

그럼 시뮤나이가 있는 곳을 알려 줄 거요. 그곳으로 가서 시뮤나이를 오드의 흐름으로 돌려보내고 증거로 내가 줬던 크리스털 장식 머리띠를 가져와 주시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요? 다섯 주신을 모독하는 레파르 혁명단은 처치해야 마땅한 것 아니오?

그리고 그 크리스털 장식 머리띠는 아주 귀한 물건이오. 헤어질 때는 돌려받았어야 했는데 못 받았으니 지금이라도 되찾으려는 거요.
테르시테스의 부탁을 받고 온 겁니까?

맙소사, 시뮤나이를 처치해 달라고 했다고요?

이런... 괜히 알린 건가? 그 친구...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극단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군요.

솔직히 전 시뮤나이가 그렇게 미친 듯이 질투한 것도 이해가 갑니다. 테르시테스가 한두 여자를 만나고 다닌 게 아니었거든요.

하긴 이제 와서 이런 얘기를 하면 뭐하겠습니까. 이미 시뮤나이는 레파르 혁명단이 되었는데.
시뮤나이를 본 건 혁명단 건설기지에서입니다. 금발이 완전히 백발로 변하고 얼굴에 괴상한 가면을 쓰긴 했지만 시뮤나이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인상이 완전히 변했더군요. 여전히 아름답긴 한데 예전의 사랑스러움은 간데없고 증오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테르시테스에게 경고한 겁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잘한 일인가 후회가 되는군요. 하지만 뭐 그 친구 생각이 그러니...

혁명단 건설기지로 가면 시뮤나이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나머지 일은 플레이어 님이 알아서 하십시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시뮤나이도 참 불행한 여인이군요. 게다가 돌이키기엔 너무 먼 길을 갔어요...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요.

시뮤나이가 엘테넨에서 동네방네 내 욕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창피해서 밤에 잠도 안 온다오.

내가 부탁한 대로 그녀를 오드의 흐름으로 돌려보내고 온 거요?

그럼 증거를 보여 주시오.
빈손으로 돌아오면 시뮤나이를 오드의 흐름으로 돌려보냈는지 어쨌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소.

나한테 보답을 받고 싶으면 증거를 가져오시오.

지금 당장 시뮤나이를 처치하고 크리스털 장식 머리띠를 찾아오란 말이오!
맞소, 이게 그녀에게 줬던 머리띠요.

마침 딱 좋은 때에 되돌아왔군. 이거라면 그녀도 좋아라 하고 받겠지...

아, 아무것도 아니오. 혼잣말이었소.

어쨌든 시뮤나이 문제를 해결하고 머리띠를 찾아줘서 고맙소.

플레이어 덕분에 내 명예를 지켰구려,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