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730549
금단의 붉은 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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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
생명력: 63
공격 반경: 0m

Dialogs:



금단의 붉은 오카

- 제2 권 오카의 향기-








-미성년 슈라크 관람불가-


'끼이익'

문이 열리자 감금실의 벽에 매달린 놋쇠 램프의 빛이 일렁였다. 라라킨은 누군가 보는 이는 없는지 주변을 한번 살핀 후에 조심히 문을 닫았다.

문은 또다시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닫혔지만 사슬이 치렁치렁 감긴 손을 베개삼아서 누워있던 쿠하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등을 돌린 채 누운 쿠하링을 잠시 내려다보던 라라킨은 방 한켠으로 밀려있는 쟁반을 발견했다.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은 모양이었다.

"쿠하링? 자는 척 하는 거 다 알아요."

쿠하링은 그녀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식사는 정말 할 생각이없는 거예요?"
"그쪽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닐 텐데?"
"혹시나 귀한 귀족 포로가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입장이 난처해지거든요."
"좋은 정보 고마워. 조만간 한방 먹여줄 수 있겠군."

라라킨은 자신이 말실수를 했는지 잠시 생각했지만 이내 관뒀다. 쿠하링은 자신이 죽었을 때 자신의 가문과 상단에 얼마나 큰 손해가 갈 지를 잘 알고 있는 슈고였으니까.

"어째서 식사를 거부하는 거죠? 귀족에게는 더러운 슈라크 해적들의 음식은 먹을 수 없다는 법도라도 있나보죠?"

"잘 알고 있군."

그녀는 무덤덤한 비아냥에 화가 울컥 치밀었지만 애써 화를 삭였다.

"하루 종일 네 녀석들의 괴롭힘에 시달렸으니 이제 좀 쉬게 해줘도 괜찮지 않겠어? 부탁이니 날 좀 내버려둬."
"그러면..."

그녀는 쟁반에 놓여있던 빨간 오카 하나를 집어들었다.

"오카는 어때요?"
"뭐?"
"잘 익은... 오카 말이에요."

등을 돌리고 있던 쿠하링은 몸을 돌려 누웠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라라킨의 두 발이었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려던 쿠하링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시선을 돌렸다. 가죽 다리보호대가 너무 짧았다.

라라킨은 그가 몸을 일으켜 황금 나선호의 차가운 외벽에 기대 앉는 모습을 보며 슬쩍 미소를 흘렸다.

"해적의 음식은 더러워도..."

라라킨은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쿠하링에게 다가섰다. 그녀는 의심의 가득 담긴 그의 눈빛을 웃음으로 흘려버리고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오카는 괜찮을 것 아니에요?"

쿠하링은 두 뼘 정도 앞까지 다가온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자 슈라크의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슈고 여자와는 많이 달랐다. 연보랏빛의 솜털과 매혹적으로 뻗어있는 짙은 갈색 줄무늬... 슈라크라는 종족에게서 매력이란 것을 처음으로 느낀 쿠하링은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쿠하링을 무엇보다도 당황하게 만든 것은 외모가 아닌 향기였다.

슈라크 해적 족속들은 씻으면 재물운이 씻겨나간다는 멍청한 미신을 믿고 있었기에 항상 구린내를 풍기게 마련인데, 그녀에게서는 놀라울 만큼 달콤한 향기가 풍겼다.

"안 그래요?"

쿠하링이 정신을 차렸을 때 라라킨의 얼굴을 한 뼘 더 다가와 있었다. 그는 마음 속으로 짧게 기도를 올렸다.

'부디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지 않길...'

"잘 봐요..."

그녀는 얼굴을 점점 더 까이 가져다 대며 속삭였다.

"빨갛게... 잘 익었잖아요?"

그녀가 오카를 한 입을 베어 물자, 오카의 강렬한 향기가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와 뒤섞였다.

쿠하링은 눈을 질끈 감았지만, 눈을 감자 더욱 예민해진 감각은 자신을 무섭게 휘감아오는 향기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는 곧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향해 달려들어 버렸다.

"꺄악!"

"허억... 허억..."

그녀를 야멸차게 밀어내버린 쿠하링은 나동그라진 그녀를 잠시 거친 숨을 몰아 쉬다 외쳤다.

"괴롭히지 말고 썩 꺼지란 말야! 이 더러운 해적아!"

바닥에 넘어진 채로 쿠하링이 혐오를 담아 외치는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향해 뒤돌아 선 그녀는 문 밖으로 나가려나 싶더니 멈춰섰다. 쿠하링이 바라본 그녀의 어깨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여자를 울려버린 것은 아닐지 잠깐 걱정이 스쳤지만, 쿠하링은 이번 일은 어쩔 수 없는 예외라고 생각해버리고는 뒤돌아 누워버렸다.

"도저히..."

어깨를 떨고 있던 그녀가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도저히 못 참겠어."

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허릿춤에 둘러져 있던 채찍을 풀어 늘어뜨렸다.

미끈한 채찍이 만들어내는 서늘한 소리에 쿠하링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는 경악의 눈초리로 그녀에게 질문을 던져지만, 그녀는 아직까지도 뒤를 보고 있었기에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라라킨은 고개를 돌려 쿠하링을 노려보았다.

"당신, 조교가 필요하겠어."

쿠하링은 분노와 살기, 욕망이 뒤덮인 그녀의 눈빛에 한기를 느꼈다.

"온순한 만두리가 될 때까지 말이야."

말이 끝남과 동시에 라라킨의 손목이 잠시 움직이나 싶더니, 멀찍이 떨어져 있던 램프가 박살나버렸다. 아주 능숙한 솜씨였다.

어둠과 정적 속에 휩쌓인 쿠하링은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여기서부터는 누군가가 찢어버린 것 같다.)

(더 이상은 읽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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