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어떡한다. 이제 며칠 안 남았는데...

아, 죄송합니다.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오신지 몰랐습니다.

약초를 부탁하러 오신 겁니까?

급한 게 아니라면 다음에 오셨으면 하는데요. 제가 사정이 좀 있어서 말이에요.
실은 델라론트 님께 구해 드리기로 한 게 있는데 그게 좀 구하기 어려운 거라서요.

오카루라는 나무의 열매인데 다친 데 바르면 상처가 금세 아물고, 즙을 내서 먹으면 두통이 사라지고 열이 내리죠.

한 마디로 만병통치약입니다.
헌데 오카루 나무는 독기를 뿜고 있어서 곁에만 가도 온몸이 심하게 붓는답니다.

장갑을 몇 겹이나 끼고 시도를 해 봤지만 숨이 탁 막히는 게 아무래도 저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약속한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대로 손을 놓고 있자니 델라론트 님의 질책이 두렵고, 오카루 열매를 따자니 제 목숨이 위험하고... 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데바님이라면 나무의 독기쯤은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

저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정말 도와주시는 겁니까? 하찮은 약초꾼의 부탁을 들어주시다니 정말 자상하시군요.

아 참, 주의할 게 하나 있습니다. 열매를 따자마자 저에게 바로 달려오세요.

오카루 열매는 워낙 독 성분이 강해서 데바님이라도 오래 들고 있으면 기력이 쇠진할 겁니다.

그러니 지체하지 말고 오셔야 합니다.
오카루 나무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오카루 열매를 따왔으면 어서 이리 주세요.

손에 말고, 여기 이 통에요.
(통의 뚜껑을 닫으며) 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해독제에 담갔으니 이제 독기가 가시길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십니까? 혹시 어지러우시면 좀 앉아 계세요. 데바님이시니 금세 괜찮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