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730086
역사 속의 악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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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
생명력: 63
공격 반경: 0m

Dialogs:

역사 속의 악녀


제9권 타락한 심판관 크로메데

알트가르드 출신인 크로메데는 어렸을 때부터 온 지역에 명성이 자자했다. 그녀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크로메데와 잠시라도 대화해 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나이에 비해 굉장히 영특하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자라면서 그녀는 더욱 더 아름다워졌다. 단지 아름답다는 말로는 그녀의 미모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을 매혹시켰다. 무표정한 얼굴로 눈길을 주기만 해도 남자들은 그녀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크로메데가 각성하자 주위에서는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 무렵 크로메데는 미모보다는 명석함으로 더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그녀는 템페르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교육을 마치자마자 침묵의 집행자로 발탁되었다.

침묵의 집행자로서도 크로메데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었다. 일단 맡은 임무는 철저하게 조사해서 완벽하게 집행까지 마쳤다.

동료와 상관 모두에게서 일처리가 흠잡을 데 없고 신뢰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 하나 단점이라면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침묵의 심판관으로 승진한 후 크로메데는 계속해서 탄탄대로의 출셋길을 달렸다.

중요한 사건은 점차 그녀의 몫이 되었고, 대부분의 침묵의 집행관이 그녀의 밑에서 일하길 원했다.

그녀의 뛰어난 능력이 미혹되지 않았다면 침묵의 심판소 고위층은 크로메데가 한 가지 방면의 사건을 집중적으로 맡는다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른 후부터 크로메데는 엄청난 힘을 가진 고대의 유물에 관련된 사건에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크로메데의 행적이 수상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눈치 챈 것은 황혼의 아칸인 나겔바드였다.

아트레이아 곳곳의 고대 유적지에서 자잘한 사건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나겔바드는 유독 고대 유적지에서만 사건이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나겔바드는 사건이 일어난 곳을 차례차례 조사했고, 원인은 달랐지만 사건이 일어난 모든 곳을 침묵의 심판소에서 조사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침묵의 심판소 내부를 조사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는 끈질기게 정보를 캐냈다.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의 뒤에 크로메데가 있다고 확신했다.

나겔바드는 크로메데를 의심했지만 섣불리 그녀를 고발하고 나설 수가 없었다.

크로메데가 침묵의 심판소에서 쌓은 신망이 너무나 두터웠기에 섣불리 그녀를 물고 늘어졌다가는 반대로 자신이 누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었다.

게다가 황혼의 아칸과 침묵의 심판소가 원만한 관계가 아니었기에 크로메데를 직접 고발하는 것이 더 쉽지 않았다.

결국 나겔바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회적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정보원들을 통해 크로메데가 관련된 사건을 조금씩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크로메데는 누군가 자신을 추적하는 것을 알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침묵의 심판소에서 쌓아 올린 자신의 위치가 그 정도로 흔들리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상사와 동료, 부하들이 자신에게 완전히 빠져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크로메데가 생각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보답받지 못하는 짝사랑에 지친 남자들의 원한이었다.

서서히 크로메데의 사건이 표면으로 드러났고 곧이어 침묵의 심판소는 발칵 뒤집혔다.

범죄자를 심판하던 크로메데는 순식간에 심판을 받는 범죄자의 처지가 되었다.

크로메데의 비리에 대한 추적이 시작됐고 곧 검은구름 무역단에게 빌린 비밀 창고가 발견됐다.

비밀 창고 안에서 고대의 법서, 전설로만 전해져 오던 스킬 교본, 엄청난 힘을 더해 주는 고대의 마석 등이 발견됐다.

크로메데가 모은 고대 유물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엄청난 양도 양이었지만 그 유물로 얻을 수 있는 능력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부패 혐의에 대한 심리에서 그녀는 의외로 담담하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크로메데는 모든 것이 완벽하기를 원했다고 했다. 완벽한 미모와 완벽한 능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권력을 얻는 것이 그녀의 소망이었다.

그래서 전설로 내려오는 강력한 힘을 주는 고대의 스킬 교본을 찾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유물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심판관의 부패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최악의 범죄였다. 결국 그녀에게는 슬라임으로 변신시켜 지하 감옥에 가둔다는 형벌이 내려졌다.

침묵의 심판소 측은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순순히 슬라임으로 변신할 크로메데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여 감시자와 판결 집행자를 홀렸다. 그리고 모아 뒀던 유물의 상당수를 챙겨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에 그녀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전설의 스킬 교본을 찾아 떠났다는 말도 있고, 어비스 깊숙한 곳에 숨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든 크로메데는 미모와 영민함을 무기로 권력을 휘두르고 있을 것이다. 최고의 악녀답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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