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랍으로 봉한 편지다.)

(겉에 '에론에게'라고 적혀 있다.)

(리시디케에게 가서 에론이 누구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제가 조사원이라고 하니까 사람의 행방도 조사하는 줄 아는 모양입니다.

부모나 형제자매가 오래전에 실종됐다며 생사라도 알아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얘기를 들어 보면 어찌나 안타까운지 제 일이 아닌데도 도와주고 싶답니다.
에론이라... 어디서 많이 들은 이름인데.

아! 엔디온이 각성하기 전에 쓰던 이름인 것 같아요. 엔디온의 어릴 적 친구였다는 동네 노인이 엔디온을 에론이라고 부르는 걸 들었거든요.

그 편지는 엔디온에게 가져다 주시면 되겠네요.

꽤나 오래된 편지 같은데 어쩌다 그런 걸 주운 거죠?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지만 남의 편지를 열어 보는 건 실례겠죠?
맞소, 내 원래 이름은 에론이오.

너무나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다가 그 고통 때문인지 데바로 각성하게 되었다오.

그래서 새로 태어난 것처럼 살겠다는 심정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오.
내가 인간일 때 쓴 편지라면 백 년 가까이 된 것일 텐데...

(편지를 읽는 엔디온의 손이 점점 떨린다.)

이... 이건! 실종된 동생이 나에게 쓴 편지인데! 이게 어떻게 언데드에게서...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눈물을 흘리며) 사라진 동생이 언데드가 됐다는 말이로구려.

혼자 있고 싶소. 그만 가 주시오.
전에 가져왔던 편지는 엔디온에게 전하셨나요?

에론이 엔디온이 확실한지도 궁금하고 무슨 편지인지도 궁금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엔디온이 상심이 크겠는걸요?

동생이 실종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엔디온 앞에서는 가족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하더군요.

어쨌거나 언데드에게서 그 편지를 찾았다면 동생이 언데드가 됐다는 말이로군요.

저에게 가족을 찾아달라고 한 사람들도 그 즈음에 실종된 사람이 꽤 많아요. 다들 왜 언데드가 된 건지...

미오베라에게 이 얘기를 알려야겠군요. 요즘 실종자들에 대해서 조사하는 것 같았어요.
가족이나 지인을 잃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요.

실종은 더 상처가 심하답니다. 마지막 인사말도 나누지 못하니까요.

오래전에 인테르디카에서 많은 사람이 실종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사람들의 실종 원인과 행방에 대해 연구하고 있답니다.
언데드가 됐다니 정말 안됐네요.

엔디온의 동생까지 포함시키면 지금까지 인테르디카에서 사라진 사람들 중에 언데드로 변한 사람이 여덟 명이나 됩니다.

인테르디카 주민을 위해서라도 확실한 원인을 밝혀내야 할 텐데...

어쨌거나 조사에 도움이 될 만한 소식을 전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