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격전지라고 불리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섭니다.

마르쿠탄 주신께서 요새를 지상으로 올렸다는 얘기는 들으셨지요?

그때 대행자님은 물론이고, 판데모니움 중앙군에 운명의 천칭 군단까지 모든 아칸이 번갈아 가며 용족의 공격을 막던 일이 정말 꿈만 같습니다.

밤을 지새우고도 끝이 나지 않아 연거푸 며칠을 싸웠으니까요.

용족 녀석들 이곳을 지키려고 얼마나 끈질기게 저항했는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그때는 정말 이 일대가 용족의 시체로 가득했었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죠. 무섭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했달까요.

물론 아군 피해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치밀한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이긴 걸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티아마트 땅에서 말입니다.
그 후로 전세가 지지부진하다는 말도 많지만 전 뭐 그렇게까지 비관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티아마트 둥지를 찾는 일은 대행자께서 알아서 해 주실 테고, 오드 문제는 오드병들이 열심히 한다고 하고...

코앞에 용족이야 일부 패잔병 무리고, 또 방어벽만 잘 세우면 문제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저와 뷰인은 방어벽 구축만 잘하면 된다, 이겁니다.

거기다 당신도 힘을 보태면 금상첨화고요, 히힛.
진짜 도와주시는 겁니까?

그럼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 말씀드리지요.

방어벽 재료는 뭐, 먼 데서 찾을 것도 없습니다.

저 앞 안티고스 격전지에서 단단한 잔해를 집어 오기만 하면 되니까요.

용족이 가져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가져다 쓰자고요.
아이고, 오셨습니까?

그래, 방어벽에 쓸 단단한 잔해은 좀 찾아오신 겁니까?
에이, 아직도 안 가신 겁니까?

전 금방 다녀오신다는 줄 알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어서 단단한 잔해를 가져다 주십시오.

방어벽 작업이 늦어진다고 뷰인이 또 잔소리할지도 몰라요.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그럼 전 이걸 뷰인에게 갖다 줘야겠습니다.

재료는 마련했으니 방어벽 작업쯤은 뷰인 혼자서도 할 수 있을 테지요.

어쨌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