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저희를 여러모로 도와주시다니 데바님은 정말 마음씨가 좋은 분 같습니다.

그런 분을 만난 전 행운아고 말이에요.

사실 오랫동안 데바님 같은 분을 기다려왔습니다.

이 악몽 같은 곳에서 벗어나게 해 줄 분 말이에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귀에다 속삭인다.)

그건 여기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가 따로 만나서 하지요.

제 부탁을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리바데 화산호 상류에 있는 폭포 아시죠? 그 폭포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거기라면 우리 이야기를 들을 사람이 없을 테니 안심하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잊지 말고 꼭 폭포 안쪽으로 와 주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

플레이어 님이라면 절 외면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럼 이따가 그리바데 화산호 상류에 있는 폭포 안쪽에서 뵙겠습니다.
아, 오셨군요!

놀라지 마세요. 접니다, 저! 게르미르요.

데바님도 못 알아보시는 걸 보니 변장이 꽤 성공적인 것 같군요.

여길 찾느라 게 힘들진 않았나요? 굳이 여기서 보자고 한 건 남들이 알아선 안 되는 얘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절대 다른 이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사실 우린 게르게르족이 아니라 데바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어비스를 통해 마계로 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천족 데바죠.

대부분의 동료는 아칸과 싸우다 죽었고, 우리는 살아남았지만 마르쿠탄 주신이 이런 모습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사건 직후에 천마전쟁이 일어났는데 아마 우리가 돌아가지 못한 게 전쟁의 불씨가 됐을 겁니다.

이렇게 치욕스런 모습을 견디며 살아남은 건 언젠가는 천계로 돌아가겠다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 생활이 너무 길어진 탓인지 친구들은 그 희망을 포기하더군요.
하지만 전 아닙니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습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다시 천계로 돌아갈 겁니다.

마계의 데바여, 날 적으로 보지 말고 도움이 필요한 친구로 생각해 주십시오.

어찌 보면 우리 모두 용족에 맞서는 아트레이아의 데바가 아닙니까!

부디 내가 천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탈출 계획은 이렇습니다.

슈고로 변장한 모습으로 일단 무역단 기항지까지 간 다음 거기서 어비스로 가는 배에 밀항할 생각입니다.

플레이어 님은 제가 무역단 기항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호위해 주시면 됩니다.

우르툼헤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밤이 되면 거기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정말 마계를 떠날 수 있게 됐군요.

플레이어 님께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에겐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습니다.
제가 얼마나 마음 깊이 감사드리고 있는지 아마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천계로 돌아가서도 플레이어 님을 잊지 못할 겁니다.

그럼 먼저 앞장서십시오. 전 뒤에서 쫓아가겠습니다.

무역단 기항지에 있는 바바룽한테까지만 데려다 주시면 됩니다.
어서 와랑.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당, 냥냥.

게르미르가 도와줄 데바가 있다고 하더니 플레이어 님이었구낭.

마계의 데바로서 도와주기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정말 대단하당, 냥냥.
어쨌거나 다른 데바나 아칸이 알면 좋아하진 않을 거당.

슈고는 비밀은 꼭 지키니까 걱정하지 말아랑, 갸릉.

자, 이건 게르미르가 미리 맡겨 둔 거당. 자기가 떠난 다음에 주라고 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