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저에게 큰 농장을 가지고 있어서 좋겠다고 하는데 사실 제 자랑거리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이 피비용입니다. 딸아이가 두카르라고 이름을 붙였지요.

흔해 빠진 피비용이 무슨 자랑거리냐고 하시겠지만 사실은 이놈이 말을 할 줄 압니다.

대단한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요.
한번 말을 걸어 보십시오. 아마 더듬거리면서 몇 마디 할 겁니다.

전부 다 이게 먹고 싶다, 저게 먹고 싶다 하는 내용이지만요. 정말 먹는 걸 어지간히 밝힌다니까요.

그런데 계속 먹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 치고는 도통 먹지를 않습니다.

피비용 주제에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사실 꽤 큰돈을 주고 사온 놈인데 이렇게 먹지를 않다가 덜컥 죽어 버릴까 걱정입니다.

고기를 먹고 싶다는 말을 자꾸 해서 좀 특이한 고기를 구해다 줄까 생각 중입니다. 포구스 고기 같은 건 줘도 잘 먹지를 않더라구요.

이 근처에서 제일 맛있다는 고기는 곪은 스콜램피스의 꼬리입니다. 이름은 좀 그래도 맛이 꽤 좋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데바님이 스콜램피스 꼬리를 좀 구해다 주시면 안 될까요? 구해만 주시면 사례는 톡톡히 하겠습니다.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이러다 이놈이 죽을까 봐 꽤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제 딸아이가 이 두카르 놈을 예뻐해서 죽으면 아마 난리가 날 겁니다.

그럼 붉은 용암 절벽에 가서 곪은 스콜램피스를 처치하고 스콜램피스 꼬리를 꼭 좀 구해다 주십시오.
두카르 놈이 계속 먹지를 않아서 딸아이가 짜증을 내고 있습니다.

피비용이 좋아하는 곡식을 줬는데 거들떠도 안 본 모양입니다. 화가 났는지 먹이를 바닥에 팽개치고 가 버리더군요.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 뭐든 해 주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그나저나 스콜램피스 꼬리는 구해 오신 거겠죠?
아이고, 성격 참 느긋하시군요.

이러다 두카르 놈 굶어 죽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 딸아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좀 스콜램피스 꼬리를 구해다 주십시오. 될 수 있으면 빨리요.
스콜램피스 꼬리를 구해 오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육질도 쫄깃하고 맛있다고 소문난 고기니까 이 정도면 두카르도 먹겠지요.

부탁을 들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자, 받으십시오. 많지는 않지만 사례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