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차한 목숨을 이어가는 게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오?

목숨보다 소중한 부족원과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모두 잃고도 말이오, 크흐으.

그건 오로지 하나, 우리를 이렇게 만든 안개갈기 놈들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오, 크엉!

난 가르키온의 쓸개를 씹으며 맹세했소.

우리가 받은 치욕을 되갚아 주기 전까지 우리의 목숨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말이오.
지난 밤은 절호의 기회였소, 크엉.

안개갈기 부족장 누야카가 검은 용의 제단에서 제사를 지낸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누야카의 목숨을 빼앗아 부족의 원한을 갚을 생각이었소.

놈들이 받들어 모시는 검은 용의 제단에서 보란 듯이 말이오, 크흐으.

그런데 분하게도 계획이 틀어져 버렸소.
누야카가 나타나지 않았소, 크흐으.

마치 우리가 파 놓은 함정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큰일이오. 놈이 우리 은빛갈기를 그대로 두지 않을 테니까, 크엉.

부탁이오.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그대가 부족장 누야카를 처치해 주면 안 되겠소?

그렇게만 해 준다면 그대에게 귀한 선물을 주겠소.
부족장 누야카는 워낙 의심이 많아서 자신의 거처를 감춘다오, 크엉.

그래서 놈이 안개갈기 부락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 알뿐 정확한 위치는 모르오.

누야카를 찾으려면 무수히 많은 안개갈기 놈들과 맞붙어 싸워야 할 거요.

그러니 놈들을 최대한 많이 없애고 안개갈기 라이칸의 머리털을 전리품으로 가지고 오시오, 크흐으.

그리고 누야카를 처치했다는 증거로 누야카의 무기도 가져다 주시오, 크엉.
어떻게 된 것이오, 크엉.

소식이 없어서 기다리고 있었소.

갔던 일은 어떻게 됐소? 부족장 누야카와 그의 부하들은 처치했소?
실망이구려, 크엉.

마족이 신의가 있다는 건 다 헛소문이었나 보오.

제대로 못 할 것 같으면 차라리 포기한다고 하시오.

그대에게 기대하고 있다가 괜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소, 크흐으.
부족장 누야카를 확실히 해치웠다니 부족원들이 들으면 기뻐하겠구려, 크엉.

받으시오. 누야카와 부하들을 확실히 해치워 준 보답이오.

그대는 이것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오, 크흐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