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우리 마족만의 힘으로 모든 용족을 척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적도 있었지.

하지만 전쟁터에서 보낸 세월이 길어지면서 용족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여기 벨루스란도 용족의 침입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을 거야.

분명 장기적인 전투가 될 걸세, 용족과의 싸움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아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게 내가 얻은 교훈 가운데 하나지.
용족에 대항할 동맹 세력을 물색하던 중에 서리눈썹 라이칸이 떠올랐다네.

원래 용족의 수하였지만 용족에게 몰살당하다시피 한 불쌍한 부족이지.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말이야.

적의 적은 동지라고 했던가?

나는 서리눈썹 라이칸의 생존자가 우리의 동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어디 단순한 동지뿐이겠는가! 그들은 배신당한 분노와 죽어간 동족에 대한 복수심으로 용족에 대항해 사력을 다해 싸울 걸세.
요새에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스바프니르 백부장을 파견한 모양이더군.

그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네.

서리눈썹 라이칸과 어느 정도로 접촉을 했는지, 서리눈썹 부락에 남은 생존자의 상태는 어떤지 등등을 말이야.

하지만 우리 레기온 사람이 아니니 무턱대고 정보를 요청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자네가 서리눈썹 요새로 가서 스바프니르 백부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해 주면 어떻겠나?
자, 이걸 받게. 정보를 얻고 싶다고 협조를 요청하는 편지일세. 스바프니르 백부장에게 전하면 되네.

서리눈썹 피난처는 붉은갈기 동굴마을을 나가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찾을 수 있을 걸세.

서리눈썹 라이칸들을 만나거든 행동을 조심하게나. 한때 우리의 적이었던 부족이니 말일세.

말이나 행동을 실수해서 공연히 적으로 만들지 않도록 조심하게.
이곳은 과거에는 상당히 큰 라이칸 부락이었지만 지금은 생존자가 몇 없습니다.

낮에는 살아남은 라이칸들의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고, 밤에는 죽은 라이칸들의 원한에 찬 비명 때문에 귀가 따갑군요.

그런데 이런 곳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가련한 서리눈썹 라이칸에게 용무라도 있으신 겁니까?
드라칸 징벌자 레기온의 토르 군단장님이 보냈다고요?

(협조 요청서를 읽으며) 아, 서리눈썹 라이칸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편지로군요.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죠. 드라칸 징벌자 레기온이 어비스에서 용족을 많이 상대해 봤다고 해도 용족 밑에서 일한 서리눈썹 라이칸만큼 자세히 알지는 못할 테니까요.

아직까지는 완벽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지 못해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군요.

어쨌든 토르 군단장님께서 뭘 궁금해 하시는지는 잘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