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식품을 파는 바바 쿤이라는 무글을 아십니까? 인간의 음식을 좋아하는 특이한 무글인데 저만 보면 요리를 만들어 달라고 조르죠.제가 아무리 취사 담당이라도 무글을 위한 요리를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바바 쿤이 어찌나 애원하는지 결국 요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도 졸라대니까 왠지 마음이 약해져서 말이죠.
처음에는 우리 군단병이 늘 먹는 가정식 요리를 할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왕 마족의 요리를 선보이는 거니까 제대로 된 요리가 좋겠다 싶어서요.

아무튼 맛을 보여 주기로 했으니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혀 다른 음식을 먹는 무글의 입맛까지도 감동시킬 음식이라면 취사 담당으로서 보람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고심 끝에 특제 섞어찌개로 결정했습니다! 잘 우려낸 육수에 고르곤 갈비살과 다루 뒷다리살을 넣고 갖은 양념, 채소를 넣고 푸짐하게 끓여 내는 걸로 말이죠.
군단병들도 간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할 겸 바바 쿤의 몫까지 같이 준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요리에 쓸 재료가 없습니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재료가요.고르곤 갈비살과 다루 뒷다리살이 빠진 섞어찌개는 그저 그런 찌개에 불과하거든요.
기왕 여기까지 얘기를 들으셨으니 고르곤 갈비살과 다루 뒷다리살을 구해다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 어떤 고르곤과 다루인지 말씀을 안 드렸군요.

벨루스란의 지붕에 있는 녀석들 중에서 굽은 뿔 고르곤과 사나운 다루를 처치해서 갈비살과 뒷다리살을 구해 오시면 됩니다.

명심하십시오. 굽은 뿔 고르곤과 사나운 다루입니다. 다른 건 냄새가 나서 별로거든요.

그럼 전 양념을 만들면서 기다릴 테니 서둘러 주십시오.
제가 만든 양념이긴 하지만 정말 맛있게 됐습니다.

육수에 잘 풀어주면 아마 간도 딱 맞을 겁니다.

그나저나 고르곤 갈비살과 다루 뒷다리살은 가져오셨습니까?
이런! 아직 안 가신 겁니까?

곧 배식시간이 다가옵니다. 이미 특제 섞어찌개를 내겠다고 말해 놨기 때문에 식단을 바꿀 수도 없다고요.

다른 준비는 다 끝났으니 어서 고기를 구해 오십시오.
갓 잡은 거라 그런지 고르곤 갈비살과 다루 뒷다리살 색깔이 선명하군요.

적당히 기름진 게 아주 마음에 듭니다.

오래간만에 요리인의 혼이 불타오르는군요.
굉장한 섞어찌개를 만들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