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유령이 된 형제들이 내는 소리를 들었다, 크엉.

흐느껴 우는 소리, 탄식하는 소리, 원망하고 통곡하는 소리...

아아, 모든 게 내 탓이다, 크흐으!

용족의 속내를 조금이라도 일찍 눈치챘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당하진 않았을 텐데...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불쌍하게 죽은 부족원들을 위해서라도 꼭 용족에게 복수할 것이다, 크흐으.

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위령제를 지내 동족들의 원혼을 달래는 것이다.
위령제를 지내려면 죽은 형제들의 소지품이 필요하다, 크엉.

서리눈썹 피난처를 떠도는 영혼들을 쓰러뜨리고 소지품을 얻어야 하는데 차마 내 손으로는 못 하겠다.

마족이여, 그대는 우리 부족이 아니니 그 일을 하는 게 그렇게 괴롭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를 대신해 부족원들의 소지품을 모아다 달라, 크흐으.
전사로 임명된 부족원들에겐 서리눈썹의 최고 주술사가 그들의 피로 그린 부적을 주었다, 크엉.

죽어서도 몸에서 떼지 않기로 내 앞에서 맹세했으니 지금도 부적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전투병의 부적과 주술사의 부적, 경계병의 부적, 치유사의 부적을 가져오라, 크흐으.
마족이여, 기다리고 있었다.

전투병의 부적과 주술사의 부적, 경계병의 부적, 치유사의 부적만 있으면 바로 위령제를 지낼 수 있게 준비를 마쳤으니 가져온 걸 이리 달라, 크엉.
아직 가지 않은 건가, 크엉.

지체할 수록 고통이 커진다, 죽은 이도 살아남은 우리도.

그러니 어서 전투병의 부적과 주술사의 부적, 경계병의 부적, 치유사의 부적을 가져다 달라.

위령제를 지낼 수 있게, 크흐으.
이걸 보니 그때 기억이 생생하구나, 크엉.

서리눈썹의 전사로 다시 태어난 그들에게 이 부적을 쥐어주던 때가...

이걸 이렇게 쓸 줄 정말 몰랐다, 크흐으.

고맙다, 마족. 서리눈썹 족장으로서 그대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