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잠깐만요! 그런 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군요.

펠로스라는 사람의 인상착의가 어째 제가 쫓는 놈과 똑같군요.

켈라이노라고 천수용으로 바칠 술잔을 훔쳐 달아난 놈이죠. 그놈 때문에 엘리시움이 한바탕 뒤집혔었습니다.

하필 바이젤 주신께 바칠 물건을 훔쳐서 지금 그놈 목에 걸린 현상금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 둘의 인상착의가 딱 맞아떨어지는 데다가 펠로스가 엘리시움에 있었다는 시기와 켈라이노가 술잔을 훔친 시기도 일치하고...

아무래도 둘은 같은 사람인 게 틀림없습니다!

현상범을 쫓다 보면 별의별 놈이 다 있지만 켈라이노란 녀석도 어지간히 신출귀몰한 것 같군요.

어쨌거나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걸린 이상 반드시 제 손으로 잡아야겠는데 말입니다.

문제는 슈고들의 입을 어떻게 열게 하느냐인데...
이곳의 슈고들 말입니다. 뭐라도 켕기는 게 있는지 저를 어지간히 경계해요.

뭘 물어도 말을 흐리고 자기들끼리 떠들다가 제가 다가가면 금방 흩어집니다.

물건이나 산다고 해야 굽신거리고 말이지요.

그래서 도무지 켈라이노에 대한 정보를 캘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인부로 일한 게 틀림없는데 말이에요.

지켜보니 슈고들이 당신은 별로 경계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저 대신 고지룽에게 슬쩍 물어봐 주시지 않겠습니까?

켈라이노의 행방을 말입니다.
켈라이노는 최근까지 여기에 머문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체포한 놈이 하나 있는데 얼마 전까지 여기에서 켈라이노와 같이 일했었다고 불었거든요.

갈 곳 없는 범죄자들이 많이 모여 드는 곳이니 이상한 일도 아니지요.

좌우지간 고지룽에게 그에 대해 자세히 물어봐 주세요.
데바는 크리오스인가 뭔가하는 데바랑 친하냥?

자기 말로는 현상범 사냥꾼이라고 하는데 자꾸 우리를 감시하는 것 같당.

전직이 서풍의 데바였다고 하니 더 수상하당.

혹시 우리 발굴조합을 감시하러 온 건 아닐까낭, 갸릉?
아, 그 뺀질뺀질한 인간 말이냥?

그놈이라면 알고말고지! 인부들을 선동해서는 급료를 올려 달라고 했다가 야다몽과 충돌한 적도 있었당.

그런데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당. 여기서 일했던 다른 인간들처럼 어느 날 갑자기 없어졌으니까 말이당, 갸릉.

그래서 우리가 보수를 선불로 안 주는 거당, 냥냥.

더 궁금한 게 있으면 헤쿠바에게 물어봐랑.

틈만 나면 둘이 붙어 있었으니 잘 알거당.
아까 보니까 크리오스라는 작자와 말을 하시더군요.

처음 그자를 봤을 땐 꽤 호감이 있었죠. 외모가 딱 제 취향이었거든요.

그런데 크리오스 말이에요, 숙녀를 대하는 태도가 아주 글렀지 뭐예요.

저한테 오더니 다짜고짜 '현상금이 걸려 있지 않은 걸 보면 좀도둑이나 사기꾼인가 보군.' 이러는 게 아니겠어요?

참 내, 기가 막혀서...

아니, 선량한 사람에게 그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거예요? 여자 혼자라고 깔보는 게 분명해요, 흑흑.
아, 켈라이노! 그이는 정말 아까운 사람이에요.

아주 대범하고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었지요.

말은 안 했지만 뭔가 대단한 걸 훔쳐서 도망 다니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이가 여기에 머문 건 아주 잠깐이었어요. 웬 떠돌이들과 의기투합해서 떠났거든요.

제게도 함께 가자고 했지만 복수의 계곡으로 간다기에 거절했죠.

미쳤어요? 위험한 곳에 제 발로 들어가게. 게다가 전 퓨리의 비명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단 말이에요.
고지룽에게는 물어봤습니까?

모른다고 잡아뗀다면 거짓말인 게 뻔한데...

어떻게 해야 그 작은 입을 열 수 있을까요?

죄 없는 슈고를 데려다가 주리를 틀 수도 없고...
맙소사! 복수의 계곡으로 갔단 말입니까?

일이 어렵게 됐네요. 그곳은 퓨리 천지인데...

게다가 놈들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떠돌아서 좀 꺼려지는군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