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똘히 생각에 잠겨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다.)

이런, 죄송합니다. 요즘 정신이 딴 데 팔려서요.

하루 종일 관문 앞을 지키고 있으려니 따분해서 견딜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취미로 조각을 하고 있는데 무엇을 만들면 좋을지 생각해 보고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조각으로 남겨 놓을 만한 아름다운 것들이 많죠. 조각을 시작한 이후로는 새 한 마리, 꽃 한 송이도 예사롭지 않더라구요.

마음 같아서는 대륙을 통째로 조각하고 싶답니다. 은퇴하고 나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흠.. 그런데 조각에 쓸 재료가 부족해서 걱정입니다. 저는 완벽주의자라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하거든요.

저를 위해서 재료를 좀 구해다 주시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조각의 재료는 역시 바쿠의 큰 뿔이 좋겠어요. 단단해서 조각을 하는 데 힘은 좀 들지만 그만큼 오래간답니다.

취미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왕이면 좋은 재료를 쓰고 싶군요.

루브레인 황무지나 옛 유적터 쪽으로 가면 큰 뿔 바쿠가 있을 겁니다. 그 녀석들의 뿔을 좀 구해다 주세요.
조각의 매력에 빠진 뒤로는 퇴근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죠.

물론 제가 임무에 소홀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출세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하지만 봉급이라든지 경쟁이라든지 하는 것을 잊고 조각에 몰두하다 보면 말입니다. 아, 이런 게 인생의 즐거움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제가 부탁드렸던 것은 다 모아오셨나요?
이런, 제 말을 흘려들으셨군요.

남들 보기에는 한갓 취미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정말 진지하단 말입니다.

자자, 그러지 말고 어서 뿔을 모아다 주세요.
맞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말씀드렸던 바쿠의 큰 뿔입니다.

그 녀석들이 생긴 것은 우스꽝스러워도 힘은 좋다고 들었는데... 대단하시군요.

재료가 부족해서 만들지 못하고 있던 것들이 많아 답답하던 차에 정말 잘 되었습니다.

이거 받으세요. 제가 아껴 두었던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