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칸이 되어 일하고 있지만 전 사실 버려진 아이였습니다. 담요에 싸여 모슬란 숲에 누워 있던 걸 사냥꾼들이 발견했다더군요.

사냥꾼들이 마을로 데려가긴 했지만 절 거둬 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동네 여인들의 손을 전전하다가 신관님께 맡겨졌지요.

그래서 마을 일을 도우면서 천덕꾸러기로 살았습니다. 창고나 다리 같은 걸 청소하고 수리하면서요.

마을 사람들이 일손이 필요하다고 하면 가서 무두질도 하고 도축도 하고 시키는 일은 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관님이 부르더니 담요 한 장과 목걸이 하나를 주시더군요.

제가 발견됐을 때 싸여 있었던 담요라면서요. 목걸이는 담요 사이에서 나왔다고 하더군요.

목걸이를 보고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어찌나 화려하고 비싸 보이던지... 그런 목걸이를 가질 수 있었던 사람들이 도대체 왜 날 버렸을까 싶었지요.

그전까지는 출생에 대해 아무런 의문이 없었지만 그 후로는 항상 내가 누구일까, 내 부모는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각성해서 데바가 된 지금도 그 의문은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항상 어딘가 빈 것 같은 공허함을 느끼지요.

그동안 여러 번 부모를 찾으러 나서 볼까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워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용기를 내야겠습니다.

유일한 단서는 이 목걸이입니다. 이렇게 화려한 목걸이가 흔하지는 않을 테니 누가 만들었는지를 추적하다 보면 목걸이의 주인도 알 수 있겠죠.

이걸 단서로 제 부모가 누군지 알아내 주시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여기 목걸이를 받으세요.

어디서부터 조사를 시작해야 할지 여러 번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값비싼 물건을 다루는 판매대행인 차우밍이라면 누가 만든 물건인지 알지도 모릅니다.

지금부터 플레이어 님이 돌아오실 때까지는 제대로 잠도 못 이루겠군요.

기대가 되면서도 두렵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우와, 정말 굉장한 목걸이당.

이 정도면 판데모니움에서도 구하기 힘든 최상품이당, 냥냥.

재료도 그렇고 세공도 그렇고 이것보다 훌륭한 물건은 본 적이 없당.

이게 내 거라면 정말 큰돈을 벌 텐뎅, 갸릉.
이 정도로 정교한 목걸이를 만드는 건 세공 명인이 아니면 힘들 거당.

그러니 판데모니움에 있는 장인의 회당으로 가서 물어봐랑, 냥냥.

세공 명인인 란세는 분명히 알 거당.
아, 이 목걸이!

이건 전임 세공 명인이시던 비드핀 님이 만드신 겁니다.

비드핀 님 밑에서 수련하던 때라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요. 이거 만드실 때 정말 고생 많이 하셨는데...
발데르 대신관님이 외동딸인 안네마리 님께 주신다고 주문하신 겁니다.

그때 막 데바로 각성하신 참이라 축하 선물로 주신다고 했거든요.

비드핀 님도 만드는 데 고생하실 정도로 세공이 복잡해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지요.

다시 만들려고 해도 재료 구하기도 힘들 겁니다. 여기 박힌 보석이 정말 귀한 것이거든요.
(목걸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제 목걸이가 맞군요.

제가 데바로 각성했을 때 아버지께서 축하 선물로 특별히 주문해 주신 거예요.

잃어버린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 다시 내 손으로 돌아오다니...

이걸 어디서 찾았죠?
이 목걸이가 제 것이니 그 사람이 제 아들이라는 건가요? 결혼도 하지 않은 저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도 마십시오.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기에 도둑맞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마도 목걸이를 훔쳐간 사람이 그 아레케딜이라는 사람의 부모인가 봅니다.

저는 이미 잊은 지 오래됐지만 그 사람은 이 목걸이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나 보군요. 그럼 이 보석함을 그 사람에게 가져다 주십시오.

이 목걸이와 보석함은 원래 한 쌍이거든요. 안타깝게도 부모를 찾을 단서는 아니지만 귀한 물건이니 소중히 간직하라고 전해 주시고요.

그럼 그만 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