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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혁명단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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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혁명단원의 고백: 레파르 님과 새로운 삶

이렇게 혁명단 동지들 앞에서 저의 경험을 얘기하려니 감회가 새롭군요.

하지만 용기를 내서 저의 부끄러운 과거를 들려 드리지요. 참회도 할 겸 말입니다.

저는 부족함 없는 데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은 우울함 그 자체였습니다. 외모며 실력에서 늘 동생과 비교당하며 자랐기 때문이지요.

우리 형제는 비슷한 시기에 각성했는데 그게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어요.

템페르에서 같이 훈련을 받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실력 차이는 더 많이 벌어졌거든요.

교관들은 항상 저를 비참하게 만들었지요.

잘난 동생을 둬서 부럽다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들은 항상 제 뒤에서 쑥덕댔습니다.

제가 간신히 템페르를 졸업할 무렵 동생은 이미 아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저는 더 많은 돈을 들여 좋은 무기를 사고, 비싼 옷으로 치장하려고 했지요.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것처럼요.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동생의 발치에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점점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돼서 밤새도록 선술집에서 술을 홀짝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술김에 지나가는 데바를 희롱했는데 그게 하필 바나할 출신이었나 봅니다.

결국 저는 제 잘못의 몇 배에 해당하는 벌을 받고 굴욕적으로 노역장에서 노역을 해야 했습니다.

벌을 다 받고 나오자 부모님께서는 레기온 창고 관리인 자리를 하나 마련해 두셨더군요.

'모든 게 내 잘못이다'며 호소하는 어머니를 외면할 수 없어서 취직을 하기는 했지만 이미 마음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하루는 마음이 너무 울적해서 대신전에 가서 기도나 할까 했는데 그곳으로 가다 우연히 점성술의 데바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저를 보더니 대뜸 이런 말을 하더군요. '여긴 당신이 있을 곳이 아니니 넓은 곳으로 나가 참된 길을 찾으시오'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더군요. 그 길로 짐을 꾸려 판데모니움을 떠났습니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무작정 이스할겐으로 갔지요. 가 본 적이 없는 곳이었지만 친하게 지내던 템페르 동기가 거기 출신이었거든요.

처음엔 마음이 너무 홀가분했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평생 살았던 판데모니움을 떠나 보니 세상에는 비참하고 못 사는 사람들도 참 많더군요.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서 도적단을 만나 가진 돈을 전부 뺏겼어요. 그때는 제가 꽤나 어수룩해 보였나 봅니다.

가진 돈을 다 잃고 헤매다가 맘씨 좋은 채집꾼을 만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때 깨달은 건 가난한 사람들이 어려운 사정을 더 잘 알아준다는 겁니다. 데바들은 손가락질만 할 줄 알았지 키나 한 푼 도와주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살림이 빤한데 계속 신세를 질 수는 없고... 서툰 정기 추출로 이것저것 돈 되는 약초를 캐서 두고는 그곳을 떠났습니다.

그리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어비스로 갔죠. 집 떠난 걸 후회하는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여럿이 함께 다닌 것도 아니고 제 실력이 뻔한데 얼마나 위험했겠습니까?

처음 얼마 동안은 그저 살기 위해서 숨어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용족이나 천족과 맞설 용기도 없고 비행 실력까지 부족해서 말이죠.

그러다가 결국은 아주 큰 위험에 처했지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라 너무 피곤했는지 어느 날 세상 모르고 잠이 들었습니다.

주위가 소란스러워서 잠에서 깼는데 주변은 온통 드라코뉴트고 저는 마법으로 만든 올가미에 묶여 있었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온갖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레파르 님이 나타난 건. 홀연히 나타나서 수많은 드라코뉴트를 다 물리치고 저를 구해 주셨지요.

만약 그대로 끌려갔으면 정말 무슨 일을 당했을지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그때 레파르 님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그분의 크나큰 아량에 전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게 됐습니다.

레파르 님이 저에게 베푼 친절은 우리 가족이 저를 대하는 태도보다 더 따뜻했습니다. 그동안 어디에서도 받아 보지 못한 환대였지요.

그것뿐입니까? 레파르 님의 말씀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특히 저 같은 사람도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말이요.

마음 속에 오랫동안 맺혀 있던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신병 교육장에 들어가니 저보다 먼저 혁명단에 합류한 동지들이 차근차근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훈련은 고됐지만 서서히 제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지요.

요새 하는 말로 뼛속부터 혁명단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던 겁니다.

자신감이 생기자 저는 혁명단의 그 누구보다 탁월한 실력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마치 과거의 저와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점점 다른 불행한 사람들에게도 제가 맛본 기쁨을 나눠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그런 뜻을 밝히자 레파르 님께서는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묻지 않고 임무를 주시더군요.

순례자로 변장하고 판데모니움의 비밀서고에 침투해서 중요한 서적을 가져오라는 거였습니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때 자칫하면 들킬 뻔했습니다. 판데모니움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히로트란 술꾼이 저를 알아봤거든요.

하지만 주정을 부리는 걸로 몰아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요.

어쨌든 첫 번째 임무를 무사히 마치자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밀려오더군요.

나도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할까요.

그 다음은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템페스트 조선소 폭동, 어비스 보급품 탈취, 침묵의 재판관 실종 사건 등을 진두지휘한 것이 저였지요. 엘테넨의 신비샘 지도를 훔친 혁명단원을 무사히 도피시킨 것도 저입니다.

저는 그동안 많은 가명을 사용하며 천계와 마계, 어비스를 넘나들면서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레파르 님을 만나 구원받았던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레파르 혁명단으로 다시 태어난 날이니까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느냐고요? 어디라고는 밝힐 수 없지만 중요한 곳에 잠입해서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트레이아를 새로운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힘차게 전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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