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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테넨의 전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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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테넨의 전설 3



[카룬의 놀이터]

아주 먼 옛날부터 전설처럼 전해 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온께서는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탑의 수호자와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 정의와 지혜, 운명, 환상, 파괴의 수호자를 보내셨습니다.

그들은 열두 주신으로 불리며 아이온의 뜻을 세상에 전하려 했습니다.

모두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인간과는 다른,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얼굴을 갖고 있었지요.

표정은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슬퍼하는 것 같기도 하고, 거침없는 태도와 깊은 뜻은 마땅히 비유할 대상이 없었습니다.

세상의 온갖 미사여구에 능통하다는 시인들도 표현하기가 어려웠는지 그저 잔잔한 바다 같고 우뚝 솟은 산 같다고만 했습니다.

열두 주신은 각각 자신이 대표하고 있는 진리의 속성에 따라 멀고 가까움이 있었습니다.

빛이 어둠을 밀어내듯, 어둠이 환상을 낳듯, 환상이 운명을 비웃듯, 운명이 자유를 꺾지 못 하듯, 자유가 지혜를 갈망하듯, 지혜가 빛을 따르듯 말입니다.

가까우면서도 먼 진리의 관계는 주신들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이 전설은 그중에서도 유난히 가까웠던 두 주신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어떤 주신의 이야기인지는 굳이 알려고 하지 마십시오.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비밀이니까요.

그들이 어쩌다가 금기를 범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두 주신은 다른 주신과 인간의 눈을 피해 아트레이아 어딘가에서 몰래 만났습니다.

사냥꾼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숲이라는 얘기도 있고, 데바가 닿지 못하는 높은 하늘이라는 말도 있고, 세이렌조차도 모르는 먼 바다라는 얘기도 있었지요.

어디인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이미 금기가 깨어진 마당인데요.

어쨌거나 두 주신은 한동안 아주 열렬히 만나고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사랑의 결실로 아이를 낳았을 때는 기쁨과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주신의 몸으로 아이온의 뜻을 거슬렀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는 두 주신에게 이제까지 몰랐던 행복을 주었습니다. 또한 근심과 분란의 근원이기도 했지요.

자식인 카룬을 가까이 보살필 수는 없었지만 두 주신은 엄마, 아빠 노릇을 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카룬을 위해 요람과도 같은 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멋진 놀이터를 말이죠.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멀지 않는 곳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서 마법을 걸고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했습니다.

들어갈 수 없다 뿐이겠습니까!

사람들은 가까이에 그런 놀이터가 있다는 것조차 알 수 없었지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두 명의 주신, 그러니까 엄마와 아빠는 그 놀이터에 세상의 온갖 생명을 넣어 주었습니다. 작은 풀 하나에서 거대한 괴물까지 말이에요.

아이가 세상에 나오지 않고도 모든 걸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지요.

금기를 어기고 낳은 아이였기 때문에 꼭꼭 숨겨 둬야만 했으니까요.

카룬은 거대한 놀이터 안에서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곳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한 채로 말입니다.

아트레이아를 보살피느라 바쁜 두 주신은 떳떳하게 아이를 만나러 올 수 없었습니다.

점점 두 주신의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더 많은 것을 주어 죄책감을 잊으려고 했지요.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이에게도, 두 주신에게도 좋을 리가 없었지요.

맞습니다. 어쩌면 주신이 한 아이의 엄마, 아빠 노릇을 한다는 게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안타까운 것은 거대한 놀이터에 남겨진 아이였습니다.

돌봐 주는 이도 없이 혼자 자란 아이는 조금씩 난폭해져 갔습니다.

자신이 가진 힘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엄마, 아빠가 정성껏 만들어준 놀이터를 부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뿐이 아닙니다. 놀이터에 넣어준 생명을 파괴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장난감을 손에 쥐고서 잘 갖고 놀다가 갑자기 부숴 버리는 아이처럼 말이에요.

두 주신은 이런 사실을 알고서 깊은 후회와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 또한 알았지요.

결국 엄마 주신은 아이온께 모든 용서를 빌고 아이의 존재를 인정해 달라고 부탁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결심이 너무 늦은 걸까요? 아니면 아이온의 노여움이 너무 컸던 걸까요?

아트레이아에는 아주 큰 재앙이 닥쳤고, 놀이터는 그 재앙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커다란 번개가 놀이터로 향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달려온 두 주신은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놀이터는 산산조각이 나 있고, 놀이터에 있어야 할 생명체들 흔적만 겨우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룬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엄마였던 주신은 슬픔이 너무 컸던 탓인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습니다. 애끓는 비명과 함께 갑자기 검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두 주신은 한 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파괴된 놀이터를 뒤로 한 채 어딘가로 사라졌습니다.

아이를 잃은 슬픔과 고통이 두 주신의 마음을 완전히 갈라놓은 것 같았습니다.

이것이 한때 사랑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전해지는 두 주신에 대한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그런 얘기지요.

그 후에 무슨 일이 더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아트레이아 어딘가에 아이가 놀던 거대한 놀이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소문만 전해지고 있지요.

대재앙의 충격 때문에 흉물로 변해 버린 놀이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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