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730135
세이렌과 황금나팔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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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이 뱃사람을 홀려서 죽게 만든다는 건 아주 잘 알려진 이야기지요.

그들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마음속의 그리움을 찾아내서 그걸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를 부른다는군요.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안타까움, 채 크지도 못하고 죽은 아이에 대한 회환, 잃어버린 꿈 같은 것 말입니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음속에 그리움과 슬픔이 차올라 목숨이나 재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멍하니 있는 사이 거센 파도가 일어서 배를 삼켜 버린다고 합니다.

세이렌이 어떻게 태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바다 속 어딘가에 있는 궁전에서 태어난다고들 하는데 그 궁전은 아트레이아 밖에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세이렌은 어느 정도 자라면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동안은 사람들 가까이에 머물지요.

그리고는 뱃사람을 홀려서 죽음에 이르게 한답니다. 하지만 그건 보물을 빼앗으려는 욕심 때문이 아니랍니다. 그저 세이렌의 본성일 뿐이라고 하지요.

시간이 흘러 정해진 때가 오면 세이렌들은 자신이 태어난 궁전으로 다시 돌아가 그곳에서 죽음을 맞는다고 합니다.

세이렌은 입맛이 까다로워서 귀한 것만 먹는다는 얘기도 있고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안 먹고 사는 일이 가능한 걸까요? 세상의 온갖 진귀한 음식을 마다하고 말입니다.

어쨌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함 때문에 해적들은 세이렌의 심장을 먹으면 불치병을 고치고 불로불사한다는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세이렌의 심장을 먹고 간혹 병을 고친 사람은 있긴 하지만 의학의 데바도 원인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로불사에 관해서는 더욱 불확실합니다. 세이렌의 심장 때문인지 데바로 각성해서인지 알 수가 없거든요.

순수한 마음으로 바다를 탐험하는 사람이건 노략질을 일삼는 해적이건 누구나 한 번쯤은 가고 싶다고 꿈꾸는 곳이 바로 세이렌의 황금나팔 신전입니다.

휘황찬란한 보물로 가득하다는 전설의 신전이지요. 역사 속에서 행방이 묘연한 보물은 모두 그곳에 있다고들 하지요.

해적들은 그 보물이 모두 세이렌에게 홀려서 바다에 가라앉은 해적선과 무역선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고 있지요.

황금나팔 신전은 빛이 닿지 않는 깊고 어두운 바다 속에 있지만 엄청난 보물이 발하는 빛 때문에 대낮처럼 환하다고 합니다.

그곳에 있는 무수한 보물 중에서 해적들이 가장 탐내는 것은 황금나팔입니다.

고대 아트레이아에서 가장 유명한 세공 장인이 그 황금나팔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그 이름도 잊혀졌지만 한때 그의 솜씨는 아트레이아의 모든 사람이 우러러볼 정도였습니다.

세이렌조차도 그의 솜씨에 탄복해서 황금나팔 신전에 잡아갔을 정도니까요.

그는 한동안 신전에 머물면서 한숨도 자지 않고 황금나팔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것은 그 장인의 마음을 읽고 그가 도달하고 싶어하는 경지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도록 만든 세이렌의 술수였지요.

완성된 황금나팔은 필요할 때면 저절로 '부웅' 하고 커다랗게 울렸습니다.

바다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웅장한 나팔 소리는 거센 파도를 일으켜 황금나팔 신전 근처로 어떤 배도 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지금도 잔잔한 바다가 갑자기 거세지면 선원들은 근처에 황금나팔 신전이 있는 것 같다고들 말하지요.

나팔이 완성되자 세이렌들은 세공 장인을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지요. 더욱 안타까운 것은 더 이상 세공품을 만들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황금나팔을 만드는 데 그의 재능을 완전히 소진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에게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 황금나팔 신전에 다녀왔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온 마을이 술렁였다고요.

마을 술집에 나타난 정체를 알 수 없는 데바가 완전히 술에 취해서는 황금나팔 신전에 다녀왔다고 떠벌렸다는 겁니다.

행색이 초라했던지라 다들 그가 술에 취해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품에서 온갖 보석으로 치장된 작은 새장을 꺼낸 순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그 소식은 마을 전체에 퍼졌고 다음날 사람들이 그를 찾아갔지만 이미 그는 온데간데없었습니다.

그를 본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작은 새장과 황금나팔 신전에 대한 이야기는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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