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730551
아케론의 편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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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론의 개인용 편지첩인 것 같다.)

(함부로 펼쳐봐도 될지 모르겠다.)

친애하는 아케론에게


반갑소. 나는 주점 비바루스를 운영하고 있는 라스오라고 하오.

주점에 들리셨을 때 몇 번인가 뵌 적이 있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구려. 면식도 없는 이가 뜬금없이 편지를 전달했으니 분명 의아해 하시리라 생각이 드오.

그러니 괜한 인사치레는 접어두고 편지를 보내는 이유부터 설명드리겠소.

무례를 용서해 주시오.

주점을 운영하다보면 정말 많은 데바들을 만나게 된다오. 그러다 보니 듣고 싶지 않은 소식들도 종종 접하게 되더구려.

그런 소식들 중에 내 관심을 끄는 것이 있어 이렇게 펜을 들어올리게 되었소.

시엘의 창 사령부가 사라져버린 유피티네아를 찾고 있다는 말을 들었소. 그리고 박식한 학자인 당신에게 수색 의뢰를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소.

유피티네아... 분명 티아마트가 지닌 시엘의 유물을 봉인할 힘을 얻기 위함일 것이오.

현명한 판단이오. 깊이를 알 수 없는 힘을 지닌 그녀라면 분명 그런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오.

허나... 내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그녀를 찾는 일에서 손을 떼 달라는 것이라오.

아, 오해는 하지 말길 바라오. 연족에 대한 모반을 도와달라는 말은 아니니까 말이오.

게다가 추측하건데 당신은 유피티네아가 누구인지 자세히는 모르고 있지 않으시오? 세상사에는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기로 유명하시니 말이오.

비꼬는 것이 아니오.

그저 짧지 않은 편지가 되겠지만 그녀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읽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오.

음... 사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소만, 어쨌든 왜 그녀를 찾지 말라고했는지 이유를 설명해 드리겠소.

그녀는 카룬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신비로운 여인이었소. 누구도 그녀의 출신지나 나이, 성장과정에 대해 아는 이가 없을 정도로 말이오.

혹자는 그녀가 천년전쟁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말했고, 더 이전인 엘리시아 시절에 각성한 데바라는 이도 있었소.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카마르가 건립되기 직전의 시기였소. 카룬이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오.

나는 그때 군수품 보급병이었고, 그녀는 시엘 신전에서 일하는 무녀였소. 물론 지금처럼 거창한 신전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신앙심이 깊은 무녀였다오.

나는 신관들에게 지급될 보급품을 전하러 갔다가 그녀와 처음 대화를 나누게 됐소.

그녀는 아름다웠다오. 아이들과 꽃과 이슬을 사랑하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오.

나는 곧 그녀에게 빠져들게 됐고, 매일 같이 그녀를 찾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소.

무녀와의 연애는 신성모독이라 불릴만한 것이지만, 우리의 관계는 그런 저급한 것이 아니었소. 함께 희망찬 연족의 내일을 그리며 정신적인 유대를 쌓아가는 진실된 친구였다는 말이오.

우리는 서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소.

나는 주점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 했고, 그녀는 병자를 치료하는 신관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었소.

그런데 대화만으로도 행복에 겨운 나날들이 흘러가던 중,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소.

몸이라도 아픈 것일까 걱정되어 수소문해보니 그녀가 오드의 흐름 속을 떠도는 시엘 주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소리가 들리는게 아니겠소?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소. 그녀에게 시엘 주신이 강림하신 것 같다는 수군거림만 들려왔을 뿐이라오.

그녀는 얼마 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소. 갑옷과 무구를 걸친 채로 높은 곳에 서있는 아주 낯선 모습으로 말이오.

신관들은 그녀가 힘을 다스리는 막강한 권능을 얻어 앞으로는 신전을 떠나 카룬과 함께 전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줬소.

후일의 평가는 사르판에서 쫓겨나 떠돌아다니던 연족이 순전히 카룬 덕분에 사르판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전해지지 않았소?

참 순진한 이야기인데 많은 이들이 그것을 믿고 있으니...

카룬이 아무리 강력한 힘을 지녔다해도 혼자서 모든 용족을 상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 말이오.

카룬의 곁에서 힘이 되어준 많은 이들 중 가장 큰 성과를 보여준 것이 바로 유피티네아였소. 용족의 사악한 마법을 무력화시키는 그녀의 힘은 수없는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냈다오.

하지만 그녀의 힘은 너무도 강력한 것이어서 그녀를 필요로하는 곳은 날로 늘어만 갔소.

사르판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전투에 참여하다시피 했을 게 분명하오.

나는 힘겨워할 그녀를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소. 그녀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조차 알 수 없었으니 말이오.

다시 말하면 그녀가 머물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는 뜻이라오!

카룬과 시엘의 창 원로들은 그 여린 심성을 지닌 여인을 피와 살육이 가득한 전장만을 떠돌게 만들었소!

심지어... 심지어...!

휴... 마음을 추스리기가 힘들구려.

사실 그녀는 힘겨운 전투에 참여하는 대가로 원로원과 거래를 했던 모양이오.

카마르가 재건되기 시작할 무렵에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발생했는지는 기억하시리라 믿소.

때문에 임시로 건설된 신전은 환자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오. 환자들 중에는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데바들이 많았지만, 각성하지 못한 인간들 또한 상당수 섞여있었소.

환자에 비해 신관들의 숫자가 워낙 부족했던 탓에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해질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때였소.

그렇소. 극단적인 조치라 함은 심한 상처를 입은 데바들이 스스로 육신의 죽음을 맞이하도록 만드는 것이었소.

심한 후유증을 견뎌야 하지만 당시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나보더구려. 하지만 인간들은 실행할 수 없는 방법이었기에 그들은 전적으로 신관의 치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소.

유피티네아가 받은 약속이란 바로 그런 가여운 인간들의 치료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오.

아... 나는 시엘 주신의 희생 이후로 이보다 더 아름다운 희생을 본 적이 없소.

나는 그녀를 마음 속으로 응원하며 나의 임무를 수행했소.

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신전에 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는 그녀를 보기 위해 달려갔소.

만나면 무슨 말을 먼저해야 할 지는 몰랐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기 시작했소.

그런데... 그녀는 울고 있었소. 그 곱던 미소는 전투의 피로에 찌들어 사라졌고, 그 희던 옷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오.

그녀는 그런 처참한 몰골로 울고 있었소.

어째서인지 아시겠소?

대부분의 인간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버렸기 때문이라오!

치료를 약속했던 원로원이 신관들 대부분을 전투지역에 배치했기 때문이었소!

그녀는 오로지 그 약속 하나만을 믿고 모든 고통을 감내해왔는데... 그것을 무참히 져버리다니...

당시의 급박한 전시 상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것은 그녀와의 약속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었소.

유피티네아는 내 품에 안겨 많이도 울었소. 너무도 무섭고 지쳤다고 했소.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고 말했소...

나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녀를 달랠 수가 없었다오.

그녀는 카룬에게 직접 찾아가 이제 연족의 미래 따위는 자신과 관련없는 일이라며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겠다고 말했소.

카룬은 그런 마음을 가진 이상 연족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매몰차게 그녀를 떠나보냈다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본심이 아니었소. 그녀는 혹시 연족이 위기에 처할 상황을 대비해 자신을 찾을 단서를 마련해두고 떠났으니 말이오.

그런 속마음도 모른 채로 쫓아버리고서는 이제 와서 다시 도움을 구하려하다니...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참기가 힘들구려.

나는 진심으로 그녀의 휴식이 방해받지 않았으면 좋겠소.

하지만 그녀의 힘이 없다면 티아마트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마음이 참 복잡하구려.

휴...

그녀는 내게 연족의 위기가 닥치면 드바림 지하공방에 둔 단서를 보고 찾아와달라고 말했소.

차마 내 손으로는 원로원에 알릴 수가 없더구려.

편지의 서두에는 그녀를 찾는 일에서 손을 떼 달라고 말해놓고서는 이제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소.

나는 그저 그녀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 뿐일지도 모르겠소.

어쩌면 내 고민을 다른 이에게 떠넘기고 싶었을런지도 모르고 말이오.

원로원에 보고를 할지, 아니면 그녀를 내버려 둘지는 직접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소.

나는 사랑하는 이의 휴식과 연족의 미래를 두고 고민하는 불온한 자라 판단을 내릴 수가 없구려.

두서없는 긴 글이 황당한 부탁으로 마무리되어 죄송스럽게 생각하오.

언제 한번 주점 비바루스에 들러주시오.

봄의 입맞춤 축제 때 담궈뒀던 좋은 술을 대접할 테니.

그럼 다시 한번 무례를 사과드리며 편지를 마치겠소.



술에 취한 라스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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