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748016
전설과 님프 제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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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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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테넨 지역의 님프 전설: 프니스의 샘

지금은 사막이 되어 버린 엘테넨의 에이론 숲에 얽힌 이야기다.

어쩌면 로다스는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로다스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에이론 사막이 울창한 숲이었던 시절의 일이니까.

작은 엘로코에서 이름모를 예쁜 새들과 날쌘 네 발 짐승까지, 그 당시 에이론 숲에는 없는 동물이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사냥꾼들의 낙원이기도 했다.

잘 손질된 가죽옷을 멋지게 차려입은 혈색 좋은 젊은이도 에이론 숲을 즐겨찾는 사냥꾼 중의 하나였다.

그는 아침 일찍이면 에이론 숲에 찾아와 지치지도 않고 뛰어다녔다.

빛이 기울어질 무렵이면 숲 속 한적한 곳에 있는 맑은 샘물가로 와서 쉬었다.

샘물에 목을 적시고, 평평한 곳을 찾아 누워 콧노래를 부르거나 가벼운 코를 골며 단잠을 자곤 했다.

젊은 사냥꾼 얘기를 했으니 이번엔 귀여운 아가씨를 소개해야 할 차례다.

이른 새벽이면 샘물가에 누더기 옷을 입은 아가씨가 찾아와 맑은 샘물을 길어 가곤 했다.

어깨에 짊어 진 물통은 너무 무거워 보였고 얼굴에는 어딘가 애처로운 표정이 있었다.

이야기는 아가씨가 물을 길어 가다가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던 날 시작되었다.

그날따라 목이 말라 샘물을 찾은 사냥꾼은 물통을 짊어지고 막 떠나려던 아가씨와 마주쳤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는 그녀의 맑은 눈빛과 귀여운 볼 그리고 슬픈 입가까지 모든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는 무거운 물통을 대신 들어주고 싶었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음날 사냥꾼은 평소와 달리 작은 새가 아직 잠자고 있는 이른 시간에 샘물가에 와 있었다.

조금 기다리자 귀여운 아가씨가 물통을 지고 나타났다.

그 다음은 모두가 상상하는 것과 같다.

몇 번의 부끄러운 웃음소리가 들린 뒤에 아가씨와 젊은 사냥꾼은 금방 친해졌다.

아가씨의 이름은 프니스, 젊은 사냥꾼의 이름은 아이네아스였다.


이후 이른 새벽이면 샘물 가에서 프니스는 아이네아스를, 아이네아스는 프니스를 기다리게 되었다.

물론 서로 약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훌쩍이고 있는 프니스를 보고 청년이 부드럽게 다그쳐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부모님은 그녀가 어릴 때 돌아가시고 지금은 작은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 밑에서 살고 있다.

그분들은 일곱 명이나 되는 사촌들을 돌보는 일에서부터 온갖 집안일과 밭일까지,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그녀를 부려먹었다.

하지만 그날 아침 그녀가 울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은 따로 있었는데 어젯밤 그분들이 통보하듯 말하길 이웃 마을의 늙은 신관에게 그녀를 시집보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이네아스는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나무랐다. 왜 이제까지 그녀의 슬픈 입가를 무심히 넘겨왔는지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그리고 프니스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 샘물가에서 만나 도망을 가자고.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늘 그렇듯, 프니스와 아이네아스도 행복한 결말을 맺지는 못했다.

다음날 어두운 숲에 푸르스름한 빛이 들 때만 해도 프니스는 희망에 들떠 있었다.

새들이 깨어나 아침 먹이를 찾아 날아다닐 때쯤 영문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그래도 의심은 하지 않았다.

불길한 일이 생긴 것 같다며 아이네아스를 걱정하기 시작한 것은 숲에 긴 그림자가 드리울 무렵이었다.

하지만 몇 번인가 날이 밝고 어두워졌어도 끝끝내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프니스의 절망감은 너무도 커서 차마 한숨도 내쉬지 못했다. 지쳐 고개를 떨구며 샘물을 들여다 보았다.


샘물은 너무나 맑아서 자신의 모습을 가감없이 그대로 보여주었다.

버림받아 깊은 슬픔에 빠진 누더기 소녀의 모습을.

그후 한참이 지나서 마을 사람들은 샘물가에서 프니스의 낡은 신발을 찾았다. 영문도 모른 채 배신당한 그녀가 차마 샘을 떠날 수 없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네아스는 어떻게 된 걸까?

그 뒷이야기는 이렇다.

앞장에서 아이네아스의 멋진 가죽옷을 눈여겨 보았다면 그가 여느 사냥꾼이 아님을 알았을 것이다.

사실 그는 데바였다. 더구나 대대로 데바인 엄격한 집안의 장손으로 정혼자까지 있었다.

사냥하러 간다는 아들의 입가에 언제부터인가 웃음이 떠나지 않고 밤잠도 못자고 뒤척일 무렵 그의 부모는 아이네아스의 뒤를 밟도록 시켰다.

그리고 그가 가난한 소녀와 희희낙낙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도망가자는 약속까지 한 것을 알게 되었다.

엄격한 데바 집안으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프니스와 떠날 준비를 하고 잠든 아이네아스는 그날 밤 아버지의 속박 마법에 걸렸다.

꼼짝도 못하는 마법에서 그가 풀려난 건 이미 프니스의 낡은 신발이 발견된 후였다고 한다.

그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과연 프니스만큼 절망했을까?

그후 지금까지 아이네아스가 소멸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어쩌면 이름만 바꾼 채 멀쩡히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에이론 숲 한적한 곳의 맑은 샘물에는 그 후 이상한 일이 생겼다.

물을 마시러 온 사냥꾼들이 알 수 없는 사랑의 열병을 앓다가 죽어간 것이다.

그리고 샘에 젊은 사냥꾼만 골라 홀리는 님프가 산다는 소문이 퍼졌다.

님프를 봤다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누더기 차림이지만 불가사의하게 아리따워서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프니스의 영혼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샘을 '프니스의 샘'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울창한 숲도 사라지고 프니스와 아이네아스의 비극에서 시작한 님프 전설도 잊혀가는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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