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730116
모르헤임의 켄타릭 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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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
생명력: 63
공격 반경: 0m

Dialogs:

옛날 아주 먼 옛날 모르헤임의 척박한 사막 한 쪽에는 슬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살았습니다.

그들은 오래 전 축복의 땅이라고 불리던 브루스트호닌에서 이주한 사람들이었지요.

대파국 이후 생지옥으로 변한 고향에서 그들은 가족과 이웃을 잃었다고 합니다.

겨우 살아남은 몇 명만이 모르헤임으로 왔다지요.

한동안 모르헤임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소금사막에 정착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고향에서는 곡식과 과일 풍부했던 덕에 굶주리지 않고 배불리 먹고 살았었거든요.

하지만 사막에서는 먹을 것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바실리드 등껍질과 메르디온 콧살이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조차 몰랐지요. 처음엔 그저 징그럽다며 피해 다니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목마른 다루가 샘물을 찾는다고 했던가요. 점차 그들은 사막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에 살던 것에 비하면 비참한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등을 누일 곳이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지요.

하지만 이들에게 닥친 비극은 고향을 잃고 사막에서 피난살이를 하게 된 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천족 가디언 무리를 숨겨준 사건이 마을 사람들을 끔직한 저주로 몰아갔으니까요.

델트라스를 붙잡은 후 지켈 주신은 누군가가 그들을 숨겨 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 지켈 주신은 근처의 모든 마을을 샅샅이 뒤지라고 명령했습니다.

수색에 나선 아칸들은 머지않아 브루스트호닌의 피난민들이 살던 마을에서 처형당한 델트라스 일행이 갖고 있던 것과 똑같은 휘장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용서를 구했지만 그 휘장으로 모든 정황이 분명해졌지요.

지켈 주신이 몸소 마을에 나타났을 때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었던 겁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흔든 지켈 주신의 손짓에 그들은 순식간에 켄타릭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들이 어쩌다가 천족을 숨겨 주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지켈 주신은 마을 사람들에게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으니까요.

모든 것은 아주 짧은 순간에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미처 비명소리도 나지 않았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 후로 얼마 동안 마을 근처를 지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멀리서나마 마을을 지켜봤다는 간 큰 사람들이 말하기를 켄타릭들은 한동안 마을을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목을 빼며 울거나 발길질을 하면서 마을 근처를 서성였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더 이상은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주인을 잃은 마을이 건조한 사막의 바람에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을 제외하면 말이지요.

아주 먼 훗날 지켈 주신의 저주가 조금 지나쳤다는 얘기가 나올 때쯤에야 사람들이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어요.

저주를 받기 전 마을에 머물면서 신세를 진 적이 있었던 나그네들이었지요.

그들은 하나같이 마을 사람들의 후한 인심과 낙천적인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그네 중 한 사람이 묘한 여운을 남기는 말을 했지요.

잠결에 모닥불 주위에 둘러선 마을 사람들이 유스티엘 주신의 이름을 부르며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걸 봤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는 바로 꿈이었을 거라고 말을 바꿨어요.

대파국 이래로 천계에 있는 주신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그 나그네의 말처럼 정말 그들이 유스티엘 주신을 믿었던 걸까요? 그래서 천인들을 숨겨 준 걸까요?

아니면 델트라스 일행을 그저 길 잃은 나그네로 대접했던 것일까요?

그게 어떤 이유든 그들은 자신들이 처할 운명을 미처 몰랐던 게 틀림없습니다.

요즘도 모르헤임의 망각의 소금사막 근처에 있는 켄타릭 부락으로 가면 켄타릭을 만날 수 있답니다.

하지만 켄타릭과 눈을 맞춰 보려는 것은 헛된 시도입니다.

이미 사나울 대로 사나워진 그들의 눈빛에는 그 옛날 우리와 같은 마인이었던 시절에 대한 기억 따윈 하나도 남아 있지 않거든요.

친절하고 너그러웠다는 마을 사람들의 품성이 이미 오래전에 켄타릭의 사나운 본성에 압도당한 거겠지요.

그래도 켄타릭의 몸속에는 여전히 지켈 주신의 저주를 받은 마을 사람들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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