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730123
마족을 위한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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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영예로운 가문의 선조, 케이데리안 님께 바친다.


먼 과거에 인간은 선조의 이름이나 고향의 이름을 따서 가문의 이름으로 삼아 혈연 관계라는 것을 나타냈다.

시간이 흘러 아트레이아가 위험에 처했을 때 빛과 함께 강림하신 열두 주신께서는 성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들도 점차 이를 따르게 되었다.

그리고 만인은 평등하다는 마계의 사상이 확립된 이후 가문을 드러내는 것은 파벌이나 계급을 조장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유한한 시간을 가진 가족을 오드의 흐름으로 돌려보내고 홀로 영원한 삶을 사는 데바에게 혈연은 잠시의 인연일 뿐이다.

기나긴 시간에 홀로 남겨진 데바들은 가족이라는 단위를 중요치 않게 여기게 됐고 가문과 성을 중시하는 관습은 점차 사라져 갔다.

하지만 바나할 지구의 오래된 가문은 그런 움직임에서 예외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핏줄과 각성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모가 데바라고 해도 그 자식이 데바로 각성할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나할 지구의 가문들은 오랜 세월 동안 대대로 각성하며 가문을 유지해 왔다.

데바로서 가문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바나할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그들을 제외하고는 일족을 형성하는 데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징적인 문장이나 외형적인 특징, 가문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자의 이름, 시조가 되는 데바의 이름을 따서 가문의 이름을 정한다. 이것은 그들의 자부심이자 정체성이 되었다.

바나할 지구는 원래 데바를 위한 거주지였다. 건축의 데바 메시라데타가 데바를 위한 아름다운 저택을 짓고, 바나할 지구라고 이름 붙였다.

데바의 숫자에 비해 바나할 지구가 좁았기 때문에 커다란 공훈을 세운 데바들에게만 바나할 지구의 주택이 하사되었다.

그러므로 현재 바나할에 사는 데바들은 모두 먼 옛날부터 주신을 받들었던 판데모니움의 공신이거나 공신의 자손이다.

바나할 지구의 주택을 하사받은 데바들은 그곳에 정착했고 그 자손들은 대파국 이후 대대로 마족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바나할의 여러 영예로운 가문들 중에서 우리 케이데리안 가문은 대파국 시절부터 주신과 함께 싸웠던 유서 깊은 가문이다.

가문의 시조이신 케이데리안 님은 영원의 탑의 의지로 주신들께서 탄생하던 날에 각성의 은총을 받고 데바가 되었다.

발이 빠르고 활 솜씨가 뛰어났던 케이데리안 님은 냉혹하고 아름다운 트리니엘 주신을 따랐다. 오래지 않아 트리니엘 주신의 총애를 받아 항상 주신의 곁에서 보좌하는 영광을 누렸다.

자랑스러운 케이데리안 님은 트리니엘 주신과 함께 같이 결계 위를 누비며 수많은 용족을 쓰러트렸다. 그분의 날카로운 화살은 적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당시를 묘사한 그림을 보면 트리니엘 주신의 왼쪽에 활을 든 케이데리안 님이 항상 그려져 있다.

대파국 이후 케이데리안 님은 트리니엘 주신을 따르며 판데모니움의 건설에도 큰 기여를 했다.

판데모니움이 완성되자 케이데리안 님과 가솔들은 공적을 인정받아 바나할 지구에 저택을 하사받았다.

하지만 그분은 잠시의 평화도 누리지 못하고 최초의 어비스의 탐사단에 자원하여 군단을 거느리고 어비스로 향했다.

당시의 어비스는 언제 닫힐지도 모르고 키벨리스크도 없는 위험한 곳이다. 결국 케이데리안 님은 어비스의 암흑 속에서 돌아오지 못하셨다.

그러나 케이데리안 님의 소멸 소식은 들은 가솔들은 누구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판데모니움을 위해 소멸할 수 있었던 것을 영예롭게 여겼다.

이후 영예로운 소멸 앞에서 눈물 흘리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것은 케이데리안 가문의 전통이 되었다.

케이데리안 님이 소멸하신 후에도 자손들은 스스로를 케이데리안의 자손이라고 칭하며 그분의 뜻을 이어 갔다. 대대로 트리니엘 주신께 헌신하며 죽음의 템페르의 형성에도 큰 역할을 했다.

케이데리안 님의 손녀이자 나의 조모이신 티엔슈에 님은 시공의 균열을 수없이 넘나들며 천계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셨다.

그녀의 칼에 수많은 가디언이 오드의 흐름으로 돌아갔다. 티엔슈에 님을 따르는 군단병들은 그분의 열정에 감화되어 어느 누구도 소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티엔슈에 님은 천계로 넘어가 커다란 활약을 했을 뿐 아니라 마계로 넘어온 천족들을 척살하는 데도 큰 공을 세우셨다.

트리니엘 주신께서는 그 공적을 치하하여 휘장을 하사하셨고, 그 휘장은 집안의 보물로서 잘 보관되고 있다.

그 후로도 우리 케이데리안 가문을 빛낸 데바는 한둘이 아니다. 그들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책을 여러 권을 써도 부족할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대대로 데바가 되어 마계를 위해 헌신하며 선조의 뜻을 이은 것은 엄격한 교육 덕일 것이다.

케이데리안 가문에서 태어난 자는 두 발로 걷기 시작할 때부터 주신과 판데모니움에 헌신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훌륭한 데바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아이들은 각성하자마자 곧바로 전투에 투입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각성하지 않은 자들도 마족을 위해 헌신하며 평생을 보낸다.

케이데리안 가문에서 태어난 자들의 소망은 시조이신 케이데리안 님처럼 데바가 되어 트리니엘 주신을 섬기며 마족을 위해 명예롭게 헌신하는 것이다.

바나할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온실 속의 화초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크게 잘못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바나할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혹독한 교육을 받고 전장에서 앞장서는 솔선수범을 강요받는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역할과 지위의 굴레에 얽매여 있다. 가문의 영예를 유지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은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나할 사람들이 누리는 화려한 옷이나 아름다운 저택만을 보고 비난한다. 하지만 우리가 흘리는 피에 비하면 그런 사치는 정말 작고도 사소한 것이다.

바나할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결코 아무런 대가 없이 그곳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 역시 케이데리안 님의 후손으로서 어려서부터 혹독한 교육을 받았고, 판데모니움과 트리니엘 주신을 섬기는 것을 삶의 목표로 생각했다.

물론 많은 인간과 데바가 안전하지 못한 곳에서 추위와 배고픔, 아인종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큰 소명 의식을 가지고 마족과 판데모니움을 위해 피를 흘린다.

앞으로 태어나는 후손들도 각성해서 마족을 위해 도움이 되라는 교육을 받을 것이고 가문의 누군가가 소멸하더라도 슬퍼하지 않고 영광으로 여길 것이다.

케이데리안 님이 살아 계시던 시절부터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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