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748002
역사 속의 악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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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
생명력: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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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악녀


제2권 두 자매의 초상

먼 옛날 아트레이아의 북쪽 끝 추운 마을에 부유한 영주와 두 딸이 살았다.

두 딸은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로, 오랫동안 자손이 없어 걱정하던 영주에게 크나큰 기쁨이었다.

신기하게도 두 자매는 외모는 물론 성격까지 똑같았는데 예쁘고 아름다운 것에만 관심을 두고 그 밖의 것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목소리마저 똑같았던 둘이 가진 차이점은 딱 하나, 서로 다른 눈동자 색깔이었다.

푸르디푸른 빛의 눈동자를 가진 언니의 이름은 스반힐드, 루비처럼 붉게 반짝이는 눈동자를 한 동생은 위르사였다.

영주는 자매를 애지중지 여기며 모든 것을 베풀었다.

매년 생일이면 예술의 데바를 불러 두 자매의 초상화를 주문했다.

초상화를 본 사람들은 마치 그림 속에서 살아 나올 듯한 두 자매의 생생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또한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거울 방은 새로 맞춘 드레스와 구두들로 넘쳐 났다.

다른 방에서는 유명한 장인이 만든 움직이는 인형들이 오르골 소리에 맞춰 춤을 추었다.

모든 것은 두 자매를 위한 것으로, 특히 저택에 딸린 정원은 얼어붙은 북쪽 마을의 풍경과는 너무도 달랐다.

정원의 하늘 아래 차가운 눈보라는 흩날리는 꽃잎이 되었고 매서운 북풍은 살랑이는 미풍으로 바뀌었다.

공기 중에는 늘 기분 좋은 향기가 머물렀으며 온갖 희귀조들이 온실을 날아다니며 지저귀었다.

황량한 마을 풍경과 삶에 지친 농부들의 한숨 소리는 정원을 둘러 세워진 높은 돌담이 가려주었다.

그렇게 높디높은 돌담 안에서는 두 자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행복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영주의 간절한 바람도 아이온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눈은 침침해졌고 살은 말라 갔다. 임종이 가까워진 영주는 두 딸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나의 어여쁜 딸들아, 너희만 남겨 두고 가야 하다니... 세상에는 너희가 모르는 고통과 추함이 있단다. 이 아비가 높은 담을 둘러 막으려고 했던 것이지. 그게 뭔지는 알려고 하지 마라. 너희는 오로지 아름다움만을 보아야 해. "

두 자매는 고개를 까닥였을 뿐 영주의 검은 얼굴을 외면했다. 심지어 애원하는 손조차 잡으려 하지 않았다.

영주가 죽은 뒤 두 자매는 전보다 더 아름다움에 집착했다.

보기 좋은 음식과 향기나는 샘물이 아니면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리고 젊음을 유지하는 데 효험이 있다는 물건을 탐욕스럽게 모으기 시작했다.

넘치던 창고는 비어 갔고 값비싼 살림살이는 하나 둘 팔려나갔다. 가세는 기울었고 시종들도 떠나갔다.

그럴수록 두 자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마치 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표정을 짓고,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자 점차 욕심내어서는 안 될 것들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탐스러운 머리카락과 향기로운 숨결, 생기 넘치는 표정같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서 뺏어 와야만 하는 것들 말이다.

인근 마을의 처녀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이었다.

마을은 흉흉해졌고 소문은 멀리 주신의 귀에까지 전해졌다. 조사관이 파견되었고 그는 높은 담 너머 두 자매의 저택에도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에 의심을 살 만한 점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택에는 쇠락의 흔적이 있었지만 정원은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단 한 가지,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나타난 두 자매를 보고 몇몇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은 어딘가 달라졌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을 뿐이다.

조사가 미궁에 빠질 무렵 마을에서 사라진 한 아가씨가 멀리 번화한 도시에서 목격되었다. 그녀는 대도시의 화려함을 동경해 집을 나온 것이며 고향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제 실종 사건은 철없는 처녀들의 가출로 결론나면서 조사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두 자매의 미모에 푹 빠져 돌아갈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조사관이 마지막 인사차 그녀들을 찾았을 때 모든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

나중에 그가 말하길,

"취할 듯한 향기가 온실에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녀들이 내 준 차를 마시고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 보니 지하실이었지요."

지하실에는 반쯤 정신이 나간 연금술사도 감금되어 있었는데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린 이야기는 사건을 파헤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되었다.

"아가씨들이 화내기 전에 숨결을 모아야 해."

"가, 갓 짜낸 신선한 숨결로만 말이지..."

"어, 어디에 두었더라..."

"잡아 온 처녀들한테서 빼앗을 숨결을...?"

조사관은 너무 놀라 자기도 모르게 낮은 비명을 질렀지만, 다행히 들키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기지를 발휘해 수레에 실려 나가는 처녀들의 주검 속에 숨어 탈출할 수 있었다.

조사관은 재빨리 움직였고 그날로 사람들을 모아 저택을 둘러쌀 수 있었다.

담벼락만큼이나 높고 육중한 문은 뜻밖에 쉽게 열렸다. 저택은 어둠 속에 그림자만 삐죽 솟아 있었고 창문에는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어디선가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왔다. 사람들은 그 소리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정원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교교한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정원은 아름다웠고 사람들은 잠시 이곳에 온 목적을 잊을 뻔 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짦은 순간이었을 뿐, 온실에서 어른거리는 두 형체가 드러났을 때 모두 경악했다.

그것은 부스스한 머리를 풀어헤친 처참한 몰골의 두 자매였다.

말라 비틀어진 팔다리는 잠옷 속에서 흐느적거렸고 눈 주위의 얼굴은 썩어 문드러져 내리고 있었다.

소란함을 눈치챈 두 자매의 눈길이 사람들과 마주쳤을 때 귀를 찢는 괴성과 함께 모든 것이 폭삭 무너져 내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자매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정원은 폐허로 변해 있었다. 아니, 이미 오래 전에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지독한 악취가 풍겼으며 여기저기 파헤쳐진 땅에 미처 파묻지 못한 처녀들의 주검이 널브러져 있었다.

저택으로 몰려 간 사람들은 벌벌 떨고 있는 연금술사를 찾아냈다.

그는 횡설수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공포와 회한에 떨며 드문드문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원래 그는 영주 집안에 고용된 연금술사였다. 처음에는 아가씨들을 즐겁게 해 줄 마법도구를 고안하는 일을 맡았다고 한다.

하지만 영주가 죽고 나자 두 자매의 요구를 따라 생기의 돌이나 영원의 샘물을 이용해 자매에게 영원한 아름다움을 불어 넣는 일을 해야 했다.

그 일은 점점 도를 넘었고 옳지 않은 방법도 고안해야 했다. 결국 그 과정에서 두 자매도 화를 입었다.

푸르디푸른 눈동자와 루비처럼 붉게 빛나던 눈동자는 빛을 잃었고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모든 것을 잃었다고 했다.

아름다움을 되찾아야 한다는 광기에 휩싸인 두 자매는 처녀들을 유인해 젊음을 빼앗도록 했다.

하지만 빼앗은 아름다움은 지속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처녀들이 희생되었다고 했다.

경악과 공포 속에 연금술사의 진술이 끝났을 때 멀리 하늘이 밝아 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회상하기를, 그날 밤은 아주 길고 길었다.

- 편집자의 말

책을 내려고 과거의 자료를 조사하던 중 공식적인 사건 조사 기록에 빠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매년 생일날 두 딸을 위해 그렸다는 자매의 초상화에 관한 것이다. 필자는 그것이 조사관에 의해 빼돌려졌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조사관은 고향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광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의 말로는 그가 미치기 전 아름다운 두 소녀의 초상을 방에 걸어 두고 눈을 떼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초상화의 행방은 모른다. 조사관이 어딘가에 감췄다는 말도 있고 누군가 불길하다며 불태웠다는 소문만 나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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