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근처의 난민들은 하나같이 처지가 딱하다오.

집은 물론이고 가족을 잃은 난민도 수두룩하지.

어디 그뿐이겠소?

티아마트 실험실에서 죽다 살아난 슈라크도 있고, 오랫동안 굶주려 몸이 성치 않은 브라우니도 있다오.

처지가 딱한 그들을 우리 점령군 마족이 보살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겁이 많은 건지 경계심이 강한 건지, 아인종들이 우리한테 쉽게 맘을 놓지 않는구려.

그나마 첸키키라는 슈라크가 제일 붙임성이 좋은 편이라오.

불러서 뭘 물어보면 고분고분 대답도 잘하고, 가끔은 먼저 와서 말을 걸기도 하지.

난민들을 일일이 불러 상담할 수도 없으니, 그런 첸키키가 고맙게 느껴질 때도 있다오.
그런데 아까 첸키키가 와서 부탁을 하더구려.

저쪽에 부서진 잔해물 있잖소? 그걸 좀 치워 달라는 거요.

보고 있자니 용족한테 당한 일이 떠올라서 괴롭다면서 말이지.

마침 나도 그걸 조사해 보려던 터라, 흔쾌히 도와주마 하고 대답을 했다오.

그래서 말인데, 당신이 가서 좀 거들어 주겠소?

잔해 치우는 건 우리가 할 테니, 잔해물 파편을 가져다 달란 말이오.
사실 난민을 돕는 것은 인도적인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오.

알다시피 이곳의 아인종은 우리보다 휠씬 오래 전부터 겔크마로스에 살았소.

그 말인즉슨, 뭔가 값진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단 말이지.

녀석들의 입을 열고 값진 정보를 얻으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오.

아인종 신뢰의 기반을 닦는다 생각하고, 당신은 잔해물 파편을 가져오시오.
적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게 좋소.

더구나 이곳은 적지가 아니오?

잘만 뒤지면 용족에 관해 쓸만한 정보를 모을 수 있다오.

당신한테 부서진 잔해물 조사를 시킨 것도 바로 그 점 때문이오.

잔해물 파편을 조사하면 놈들이 사용하는 공격 속성도 알아낼 수 있을 거요.
가져오라고 한 건 부서진 잔해물의 파편이오.

그걸 조사하면 티아마트 용족이 어떤 힘을 사용하는지 알 수 있을까 해서 말이지.

그러니 잔해물 파편을 가져오시오.

다른 건 필요 없소.
용족의 공격으로 건물이 부서진 지도 꽤 됐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드라나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려.

이런 힘은 다른 곳에서도 느껴 본 적이 있소.

암흑의 포에타라 불리는 천족의 땅에서 말이지.

어쨌든 수고했소. 덕분에 용족의 공격 속성을 조사할 수 있게 되었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