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봤는데 자경단이 주민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건 무기가 좋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돈 많은 데바님들이야 좋은 무기를 살 여력이 있겠지만 가난한 피난민이 어디서 좋은 무기를 구하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쓰는 무기라도 어떻게 좀 좋게 만들 방법이 없는지 찾아봤습니다.

여기저기 물어봤더니 봉혼석이라는 게 있다는군요. 그걸 쓰면 무기의 성능이 한결 좋아진다면서요?

어비스에서 이름 좀 날린다 하는 데바들은 모두 봉혼석을 쓴다고 들었습니다.
문제는 봉혼석을 쓰고 싶어도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겁니다. 먹을 것도 부족한 피난민 주제에 어디서 키나가 나겠습니까.

그런데 레이링링의 말을 들으니 중요한 재료만 있으면 직접 만들 수도 있다는군요. 더구나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재료를 구할 수 있다지 뭡니까!

봉혼석을 쓰기만 하면 우리도 마음 놓고 근처를 활보할 수 있을 겁니다. 더 이상 아칸이나 데바님들에게 지켜 달라고 애걸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알루키나의 궁전에 있는 정령과 옵스큐라에게서 영롱한 영혼의 조각을 얻기만 하면 말입니다. 그게 있으면 상점에서 파는 봉혼석보다 더 효력이 좋은 봉혼석을 만들 수 있다니까요.
하지만 문제가 또 있습니다. 인간은 알루키나의 궁전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지요.

그것 때문에 결국 포기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인간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려면 한 번만 더 데바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게다가 다들 플레이어 님은 다른 데바들과 달리 믿을 수 있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영롱한 영혼의 조각을 좀 구해다 주시겠습니까?

아, 꼭 도와달라고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거절한다면 플레이어 님도 특권 의식에 가득 찬 다른 데바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요.
바다해일 정령, 물거품 정령, 역류하는 옵스큐라를 처치하고 영롱한 영혼의 조각을 구해다 주십시오.

알루키나의 궁전에 가면 아주 많다고 합니다.

세이렌을 비롯한 온갖 바다 생물이 득실댄다고 하는데... 데바님 실력이라면 별 문제 없겠죠?

우리 인간과 달리 아이온께 선택받은 분이니까요.
데바라고 다 똑같지 않다는 건 압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인간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는 분도 있다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그런 분은 아주 소수지요. 소수의 데바만을 믿고 살아가기엔 현실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 이 꼴이 그런 맹목적인 믿음의 결과지요.

그러니 인간이 스스로를 지켜야만 하는 겁니다! 물론 그렇게 될 때까지 도움은 좀 필요하겠지만...

봉혼석이 있으면 스스로 지키는 일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겠죠. 봉혼석 재료는 구해 오셨나요?
뭐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꼭 봉혼석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뭐, 언제부터 우리가 봉혼석을 사용했다고...

곡괭이라도 날카롭게 갈면 언데드의 해골 정도는 부술 수 있겠죠.
재료가 있으니 이제 봉혼석을 만들 수 있겠군요.

그런데 아시겠지만 봉혼석이 한번 쓰면 사라지는 거라서...

다음에도 재료를 구하는 걸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데바의 도움을 조금 받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베스페르 마을 피난민은 스스로를 지키는 독립적인 인간이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