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730153
조수의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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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비밀연구소를 찾아와 이 일지를 읽을 당신에게

테오보모스 님이 깊숙이 감춰 둔 비밀연구소까지 찾아왔다면 당신은 분명히 특별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런 특별한 당신에게 희망을 품고 이 기록을 남깁니다.

용족을 물리치기 위해 거신병을 연구했던 우리의 노력을 가감 없이 후세에 전해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의 노력을 후세에 다시 되살려 주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 거신병 이야기는 이미 전설이 되어 있었습니다. 실제 거신병이 존재했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믿지 않는 자에게는 눈앞의 증거도 보이지 않는 법이지요. 들판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거신병의 조각을 그들은 그냥 돌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런 우매한 사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전 필연적으로 테오보모스 님을 만났고, 그분을 따라 거신병 연구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일은 너무나 미미해서 연구에 뛰어들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제가 거신병 연구를 돕게 됐을 때 테오보모스 님은 거신병의 조각을 대부분 모은 상태였습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산과 들, 해안을 돌며 거신병의 조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모아 놓으신 것이지요.

그리고 거신병에 다시 생명을 불어 넣는 일에 매진하고 계셨습니다. 전설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용족을 쓸어버리는 무시무시한 병기가 되도록 말입니다.

저는 엘리시움까지 가서 과거의 문헌을 조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칼리돈의 유적을 조사했습니다. 테오보모스 님이 지시하신 대로 실험도 했습니다.

큰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수백 년 동안 거신병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신 테오보모스 님을 돕는다는 건 커다란 영광이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결계가 사라지고 아이온 탑이 부서졌다고 했습니다.

아이온 탑이 부서졌다는 것이 사실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용족이 물밀듯이 밀려 들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인간과 데바들이 그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곳을 짓밟는 용족을 몰아내기 위해 테오보모스 님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연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거신병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로 한 것입니다.

거신병이 나타나 용족과 맞섰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면서도 환호했습니다.

드라칸을 썩은 짚단처럼 날려버리는 거신병의 위용을 보면서 이제 곧 용족을 완전히 물리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제 가슴도 덩달아 벅차올랐습니다.

용족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거신병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믿었던 테오보모스 님의 믿음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벅찬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주신의 안식처에 있는 용족을 거의 쓸어버릴 무렵 어디선가 어마어마하게 큰 불덩이가 날아왔습니다.

하나만이 아니었습니다. 크고 작은 불덩이가 수없이 쏟아지면 흡사 비가 쏟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용제의 그림자. 그 붉은 그림자는 용제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는 프레기온 같았습니다.

강력했던 거신병도 용제 앞에서는 지푸라기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끝없이 떨어지는 불덩이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버리고 말았으니까요.

그리고 불덩이가 스친 곳마다 불길이 일면서 테오보모스 곳곳이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거신병이 사라지자 다시 용족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우리에게는 더 이상 막아낼 힘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으로 피하려고 아우성을 쳤고, 데바들은 목숨을 걸고 용족을 막으러 나섰습니다.

나중을 위해 테오보모스 님을 안전한 곳으로 모시고 가려고 했지만 분노에 찬 테오보모스 님은 들은 척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 데바의 본분이라면서 용족과 맞서기 위해 달려가셨지요. 비록 인간이었지만 저도 테오보모스 님을 따랐습니다.

드라칸과 맞서는 테오보모스 님의 힘은 엄청났지만 그래도 끝없이 몰려오는 용족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눈앞으로 날아오는 용족의 칼을 본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습니다. 이대로 죽는구나 생각했지만 아이온께서는 제게 다른 삶을 예비해 놓으셨나 봅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용족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결계가 다시 생겨나 있었습니다. 아이온 탑은 여전히 부서진 상태였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제 등에는 날개가 있었습니다. 죽음을 맞는 순간 각성한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생존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각성해 죽음에서 벗어나다니...

슬픔과 고통, 알 수 없는 분노가 휘몰아쳐서 비명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무도 듣지 않았지만 전 계속해서 고함을 지르고 또 질렀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차츰 진정이 되면서 아이온의 뜻이 무엇인지,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거신병에 대한 기록을 남겨서 후세에 전하는 것.

테오보모스 님의 연구를 물려받아 완성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제가 살아남은 이유인 것입니다.

기록을 완성했으니 이제 저는 먼 길을 떠날 것입니다. 프레기온의 공격으로 아트레이아 각지로 흩어진 거신병의 조각을 모으러 말입니다.

언젠가 테오보모스 님의 바람처럼 완벽한 거신병이 아트레이아의 땅 위에 다시 우뚝 설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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