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에서 발견한 새로운 시공의 균열로 들어갈 때만 해도 마계에 도착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지켈 주신을 만나 이렇게 저주받은 몸이 될 줄은 더더욱 몰랐지요.

처음에는 절망과 비탄뿐이었지만 긴 세월이 흐르니 차차 평온을 되찾게 되더군요.
이렇게 저주를 받은 것이 단순한 불운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언젠가 저주가 풀리면 아마도 저희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있을 겁니다.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비시오스에게 전해 주십시오.
비시오스가 영혼이 되어서라도 이 땅에 남아 있는 건 간절히 보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족인 당신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비시오스에게 난 포기하지 않았다고 언젠가 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 주십시오.
아, 지난번의 그 데바로군.

게르게르로 변한 내 동료는 만나 보았나?

어떻게 지내고 있던가?
짐승으로 변해서 데바의 마음을 잃었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군.

하지만 그 몸으로 긴 세월을 견디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네.

어쨌거나 옛 동료의 소식을 전해 줘서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