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생명의 데바입니다. 아트레이아 모든 생명은 귀한 것이라고 여기지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모든 생명은 귀한 것이니까요.

웬만하면 길가에서 덤비는 짐승도 살려 보내려고 노력하지요.

모든 생명이 저마다 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 의지를 꺾고 살생을 한다는 건 괴로운 일입니다.
꽤 오랜 얘기입니다만 카스파 내부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슈라크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카스파 내부를 홀로 떠돌며 낡은 물건들을 내밀며 사라고 권하더군요.

웬만하면 사주려고 했지만 보통 낡은 물건이어야죠.

그래도 적선하는 셈치고 키나를 좀 주려고 했는데 곤충 한 마리가 달려들자 부리나케 도망을 치더군요.

그 슈라크가 아직 살아있는지 문득 걱정이 되는데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들어가서 살펴봐 주시겠습니까?
카스파 내부가 장사가 잘 되는 곳도 아니고 분명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습니다.

행색도 그렇고 안돼보였었는데 살아있는지 모르겠군요.

이름이... 이름이... 아! 기억났습니다.

多乐金입니다.
누, 누구냐거?

사, 살려달라거.

나는 아무 죄도 없다거. 그냥 여기서 숨어지내는 것일 뿐이다거.

제발 쫓아내지 말라거.
그, 그렇게 됐다거. 시, 실은 무리에서 쫓겨났다거.

(괴로운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 내 잘못이다거. 평생 못난 짓만 했다거.

호, 혹시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냐거? 부인과 애들 보고 싶다거.

하지만 집 떠난 지도 오래됐고,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도 모른다거.

애들도 추방됐다고 들었다거. 나 때문에... 나 때문에... 굶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거. 세이킨을 찾아서 이 자루 좀 전해다거.

아들 이름 塞伊金이라거. 내가 여기에서 장사를 해서 모은 이 식량 자루를 전해 달라거.

그리고 내 부인한테 한 마디만 전해달라거.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거... 나 때문에 미안하다거... 흑흑...
이걸 아, 아... 버지가 보내셨단 말인거?

세이킨 아버지가 살아 계시단 말은 처음 듣는다거.

엄마도, 촌장님도 그런 말씀은 안 해 주셨다거.

정말 우리 아버지가 맞냐거?
(입술을 꼭 다물며 울음을 삼킨다.)돌아가셨다거.

피난길에 용족이 쏜 불화살에 그만...

하지만 세츠키키한테는 비밀이다거! 동생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거.

이걸, 받으라거. 초라한 물건이지만 곤충의 알을 깨는 데에는 이만한 게 없다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