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거기 서요!

반지! 그 반지 좀 자세히 좀 보여 주세요!

(반지를 유심히 보고) 이 반지는 제 거예요.

잃어버려서 애타게 찾고 있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셨죠?
케루빔이요?

언제 잃어버렸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떨어트린 걸 케루빔이 주워 갔나?

제가 요즘 어딘가 좀 이상하거든요.

해만 지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아침에 깨 보면 집이 아닌 곳에서 쓰러져 있어요.

그런 상황이니 언제 어디서 반지를 잃어버렸는지 몰라서 아주 애를 태우고 있었죠.
아, 그건 제 연인이 주고 간 거예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저에게는 特尔希特斯라는 정혼자가 있거든요.

테르시테스 님은 데바인 데다 어찌나 책임감이 강한지 저와 결혼하기 위해 엘리시움의 높은 분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그 전엔 절 보지 않겠다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결혼 따위는 바라지 않아요. 테르시테스 님의 사랑만 바랐는 걸요.

전, 이제 그분을... 흑흑... 포기하려고 해요.

인간과의 결혼이 가능할 리가 없는데도 엘리시움에서 애를 태우고 계실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이제 더 이상 그분을 아프게 해선 안 돼요.

이 반지를 가지고 가서 제발 절 잊으시라고 하세요.
테르시테스 님은 분명히 저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노력하고 계실 거예요. 그 고결한 분께선 결혼식 없는 사랑이 힘들었던 건가봐요.

하지만 전 병에 걸린 몸이 되고 말았어요. 아무도 사실을 말해 주지는 않지만 몽유병에 걸려 잠이 든 상태에서 돌아다니는 게 분명해요.

이런 몸으로 어차피 결혼식이란 불가능할 거예요. 전...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이 반지를 가지고 엘리시움에 가서 그분께 사랑하는 분께 짐이 되고 싶지 않으니 절 잊어 달라고 전해 주세요.

그래도 저에게 오실 분이란 걸 알지만 꼭 이 반지를...
이건 무슨 반지요? 뭔데 나한테 주는 거지?

샨테라는 사람이 전하라고 했다고?

샨테? 샨테가 누구지?

미안하지만 누군지 기억이 잘 안 나는구려.
인테르디카에서? 나와 결혼을 약속했다고?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엘리시움에 왔다라... 아아, 그 여자.

맞다, 이 반지! 그런데 반지를 뺐다면 곤란한데...

아니지, 어차피 헤어지자고 했으니 이제 상관없겠군.

누구인지 기억이 났소. 헤어지자면 할 수 없지. 나중에 만나거든 알았다고 전해 주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