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데바님, 실례가 안 된다면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우연히 푸른함대 분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스테논 해안에 난파된 배가 하나 있다면서요.

그게 사실인가요?
(얼굴이 창백해지며 중얼거린다.) 설마... 설마...

솔직히 마을 사람들이 저에게 헤픈 여자라고 손가락질하는 거 알고 있습니다.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다닌다고 말이죠.

하지만 저라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약혼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난 뒤 남자란 믿을 게 못 된다고 깨달은 거죠.

그 후로 이용을 당하느니 차라리 이용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제 맘대로 남자를 휘둘렀죠.

그런데 어쩌면... 제가 배신당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제 약혼자 베루스는 뱃사람이었어요. 아르고스호라는 배를 가진 선장이었죠.

결혼 날짜를 잡고 준비를 하던 참에 마을 사람들이 베르테론으로 가겠다며 아르고스호로 데려다 달라고 했죠.

저는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베루스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서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다녀온 다음에 약속대로 결혼식을 올리자고요.

그런데 베르테론으로 떠난 후로 그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죠. 그래서 전 그가 결혼하기 싫어서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난파선이 있다니... 제발 부탁이니 난파선에 가서 佩鲁斯的戒指이 있는지 확인해 주시겠어요?
佩鲁斯的戒指은 저와 베루스의 약혼반지예요.

결혼을 약속하면서 서로의 이름을 새겨서 주고받았죠.

그 난파선이 아르고스호가 맞다면 그의 영혼은 분명 佩鲁斯的戒指을 끼고 있을 거예요. 죽어도 몸에서 떼지 않겠다고 했으니까요.

그 반지가 있는지 잘 찾아봐 주세요.
데바님이 떠난 뒤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베루스가 죽은 게 확실해서 그가 절 버린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 그래도 죽지 않고 어딘가에 살아 있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저에게... 진실을 알려 주세요.
거기에 반지가 없던가요? 역시 베루스가... 절... 배신한 거였나요?

그런데 잘 찾아보고 온 건가요? 대충 둘러보고 온 거라면 한 번만 더 찾아 주세요.

앞으로의 제 인생이 걸린 일이에요. 이렇게 부탁합니다!
(반지를 꼭 쥐고) 그동안 전 베루스를 오해하고 있었군요.

아르고스호가 난파하는 바람에 베루스의 인생도... 제 인생도... 모두 엉망이 돼 버렸어요.

그를 닮은 예쁜 아이를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미는 게 유일한 꿈이었는데...

그가 배신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도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네요. 떠난 사람은... 돌아올 수 없으니까요.

이제 저는 무슨 힘으로 살아야 하죠? 이젠 베루스를 미워할 이유도 없고, 기다릴 것은 더더욱 없어요.

어쨌든 베루스가 배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