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템페르 동기 모임에 나가면 다들 사는 게 무료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사랑도 할 만큼 했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만큼 먹었고, 세상에서 즐겁고 재밌다는 건 모두 경험해 봤다면서요.

그런 얘기를 하는 애들은 표정도 시들하고 목소리에도 힘이 없어요. 공허한 눈으로 삶의 허무함을 읊은 시나 외우고 다니죠.
전 정말 그 애들이 이해가 안 돼요.

세상에 열정적으로 빠져들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사랑만 해도 그렇죠.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새로운 사랑이 지루할 수가 있어요?

사는 게 지루하다는 말은 게으른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에요. 열정을 쏟을 대상을 찾아볼 생각도 않는 사람들이요.
제 말을 듣더니 동기 하나가 저더러 石榴石原石 같은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가넷이 변치 않는 정열을 상징한다나요?

생각해 보니 가넷의 붉은 색깔이 정말 정열적인 것 같아요. 게다가 쉽게 꺼지는 불꽃과 달리 영원히 반짝이잖아요.

그 말을 듣고 나니까 가넷으로 만든 브로치가 갖고 싶어졌어요. 원래 장신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넷은 저한테 어울릴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파수를 보고 있으니 가넷을 구하러 갈 시간이 있어야지요.

전 가지고 싶은 건 꼭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예요. 玩家 님이 저 대신 좀 구해 주시지 않을래요?
가넷이 정열을 상징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면 아마 진작 벌써 브로치로 만들어 달고 다녔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은 건 아니니까요.

히에론폴리스나 수페르스 돌산을 찾아보면 石榴石原石이 있을 거예요. 흔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본 적이 있거든요.

잘 캐지지 않으면 정기추출 기술을 조금 더 수련하고 도전해 보세요.

그럼 전 玩家 님만 믿고 기다릴게요.
경계를 서는 일이야 말로 열정이 필요한 일이죠.

사실 좀 지루한 일이잖아요. 하지만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요새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고요.

그러니 열정과 책임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죠. 남들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건 말건요.

게다가 맡은 일을 소홀히 하면서 열정 타령만 하면 남들이 비웃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부탁한 石榴石原石은 가져오셨나요?
가넷을 가져오신 게 아니로군요.

그럼 무슨 일 때문에 말을 거셨습니까? 설마 저랑 농담이나 하자고 온 건가요?

전 약속을 지키기 않는 사람을 제일 싫어합니다.

그러니 어서 가서 약속대로 石榴石原石을 채집해 오세요.
아아, 정말 정열적인 붉은빛이네요!

친구가 왜 저에게 가넷 같은 사람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아요.

제 마음에 드는 걸 만들려면 엘리시움의 세공 명인에게 보내는 게 좋겠어요.

자, 이걸 받으세요. 수고해 주신 보답으로 드리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