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휴, 또 어딜 가서 찾아보나?

갈 수 있는 곳은 이제 거의 다 돌아다녔는데...

이러다가 영영 못 만나 뵙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랴.
나는 아버지를 찾고 있다우.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어머니 곁을 떠나 버린 사람이지.

어머니 살아생전에 그렇게 멋있는 사람은 두 번 다시 못 봤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지만, 나한테는 그저 무정하기 이를 데 없는 분이라우.

우리 곁을 떠난 뒤로 편지 한 장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혈육의 정도 그립고, 어머니가 돌아가실 적에 아버지를 만나 보라고 신신당부하신 게 마음에 걸려서 말이우.

노구를 이끌고 뒤늦게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우.

그런데 나도 참... 간신히 아버지 계신 곳을 알아냈는데, 내가 그분 딸이라는 걸 증명할 물건을 잃어버렸지 뭐유.

남들 보기엔 그저 낡은 신발 한 짝일지 몰라도 부녀지간을 증명할 유일한 물건이라우.

데바 양반,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주지 않겠수?

그게 없으면 아버지를 찾을 길이 막막하다우.
신발이 어디 있을지 짐작 가는 곳이 있다우.

실은 여기 오기 전에 아게이론 마을에서 며칠 신세를 졌수.

诺伊尤斯라는 영감이 선뜻 도와주겠다기에 그간의 사정을 다 말해 줬지. 물론 낡은 신발 한 짝도 꺼내 보여 줬다우.

그런데 아버지가 엘리시움에 사는 데바라는 말을 듣고는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다우.

그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난 아무래도 그 영감이 뭔가 나쁜 마음을 품고 그 신발을 훔친 것 같수.

데바 양반이 얼른 가서 신발을 찾아다 주면 안 되겠수? 혹시라도 뭔가 나쁜 흉계를 꾸미는 게 아닌지 두렵구랴.
하르모네라고 했수?

그 할멈 사정이라면 잘 알고 있다오. 참 딱한 양반이지.

아버지를 찾으러 먼 길을 왔다기에 며칠 재워줬다우.

하지만 신발이라면 분명히 그 할멈이 도로 싸 넣는 걸 봤소.

값나가는 물건도 아니고 다 낡아빠진 신발 한 짝을 내가 뭐하러 훔치겠수?
그런데 생각할수록 괘씸하구려.

먹이고 재워 준 게 고맙다는 인사는 못 할망정 도둑 취급이라니!

가서 그 심보 고약한 할멈한테 전하시구려.

여기 머문 동안 재워 준 값이랑 축낸 음식값을 모두 받아야겠다고 말이우.

그걸 갚지 않으면 그 아버지라는 작자한테라도 꼭 받아내겠다고 전하시우.
쯧쯧. 도대체 가서 뭐라고 한 거유?

살살 돌려가면서 물어봐야지, 언제 도둑 취급을 해서 역정을 사라고 했수?

그 정도 분별은 있을 줄 알았는데, 원...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놓았구랴.
안 되겠수. 이대로 鞋箱마저 못 찾으면 큰일이유.

데바 양반이 일을 망쳐 놨으니 내 심부름을 하나만 더 해 줘야겠수.

그 사이에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보니까 아무래도 신발을 유프로시네 마을에 놓고 온 것 같수.

마을의 빈집에서 잠시 쉬었는데 거기다 흘린 것 같단 말이우.

아마 막시무스인가 하는 상인 맞은 편이었을 거유. 그리로 가서 좀 찾아봐 주시우.
(무언가 들어있는 상자다.)

(하르모네가 잃어버린 물건이 들어있을 지도 모르겠다.)
(겉보기엔 낡았지만 질 좋은 가죽으로 만든 신발이다.)

(화려한 무늬로 장식된 것이 어지간히 멋을 부리는 사람의 취향인 것 같다.)

(하르모네가 찾고 있던 물건인 것 같다.)
아이고, 무릎이야.

아버지를 찾겠다고 돌아다녔더니 무릎이 쑤셔서 서 있기가 힘들구랴.

진작에 어머니 말씀을 들을 걸, 다 늙어 이게 무슨 고생인지 모르겠다우.

그나저나 낡은 신발 한 짝은 찾아온 거유?
바로 이거유! 제대로 찾아왔구랴.

아버지가 벗어 놓고 가신 신발 한 짝이라우.

우리집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아버지 물건이지.

나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아버지에게 이걸 보이면 내가 딸이라는 걸 인정할 거라고 어머니가 그러셨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