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젊은 데바여.

잠깐 내 말을 들어 보겠느냐?

그대 뒤로 어른거리는 환영이 보이느니라.

날개를 펼친 것으로 보아 데바 같은데 그다지 힘은 없어 보이는구나.

하지만 그대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것이, 억지로 떼어낼 수는 없어 보이느니라.
(눈을 감고 손을 허공에 휘젓는다.)

(양미간을 찌푸리더니 조용히 눈을 뜬다.)

으음, 그것은 그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의 실로 엮인 자들이다. 요즘 말로는 영혼의 분신이라고 해야 하려나...

혹시 보살피는 데바나 인간이 있느냐? 피로 맺어지지 않은 형제자매라던가 말이다.

없으면 앞으로 그런 자가 생길 것이니라.

분명히 말하는데 그들에게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느니라.
내게 좋은 부적이 있는데 그걸 써 보겠느냐?

부적은 그대의 경험을 그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느니라.

그럼으로써 그들과의 유대를 더욱 단단히 하고 훗날에 있을 화를 미리 방지하는 것이지.

먼저 깨우친 자가 뒤처진 자를 이끌어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니라. 하물며 그대와 운명의 실로 엮인 사이라면 말해 무엇하겠느냐.

키나는 좀 들겠지만 어떠냐, 생각이 있느냐?
수락할 줄 알았느니라.

(갑자기 지친 기색을 보이며)

휴우, 너무 많은 말을 했더니 힘이 드는구나.

에르도스가 부탁한 점괘를 가져다줘야 하는데 다리가 후들거려서 못 가겠느니라.

부탁이니, 埃尔杜斯에게 이 방울 점괘를 전해 주겠느냐? 나는 그 사이 기운을 차려 부적을 준비해 두겠느니라.

으음, 그리고... 돌아올 때는 부적 값으로 40000 키나를 융통해 오너라.

난들 땅에서 키나가 솟는 게 아니니라.
요즘 왠지 회의가 들어서 말일세.

오래도록 은신술을 수련했는데 발전도 없는 것 같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할지 아니면 계속 수련에 매진해야 할지 고민이라네.

그래서 플로라한테 방울점를 쳐 달라고 했지.

가져온 점괘를 주겠나? 결과가 몹시 궁금하다네.
(점괘를 읽으며)

역시 신통하단 말이야! 최근 내 주변에 일어난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맞췄군.

어쨌든 플로라의 조언은 하나로군.

딴 생각 말고 은신술 수련에 매진하라는 걸세.

(점괘를 접으며)

그런데 자네도 그녀에게 점을 보았나? 그랬으면 부적도 권유받았겠군.

간혹 미심쩍어하는 자가 있는데 효과는 내가 장담하네. 염려 말고 부적 값을 준비해 가게나.
(혼잣말로)

엘리시움의 하늘이 심상치 않구나...

머지않아 큰일이 닥칠 것이니라.

(기척을 느끼고)

그래, 벌써 다녀온 게냐?

나도 막 부적을 만들고 한숨 돌리던 참이니라.
어허, 내 말을 뭐로 들었느냐?

점괘를 거저 봐 주었으면 부적 값 정도는 내야지. 게다가 특별히 깎아 주었거늘...

내 돈이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니라.

운명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현자의 말을 따르려는 것이지...

냉큼 가서 40000 키나를 준비해 오너라.
말한 대로 잘 가져왔구나.

잠시 기다리면 부적에 영험한 힘을 불어 넣겠느니라.

(뭔가 중얼거리며 허공에 대고 부적을 이리저리 흔든다.)

다 됐느니라.

이 부적을 그대와 운명의 실로 엮인 자들에게 주거라.

그러면 결속을 더욱 단단히 하고 화를 면하게 할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