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고문을 하나 봤습니다. 브루스트호닌 제3차 재건 사업의 일환으로 정착민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이더군요.

그걸 본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가문에서 유일하게 저만 데바로 각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판데모니움 안에서만 절 키우셨죠.

덕분에 별탈 없이 무사히 자랐지만 가끔 답답하단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대로 영영 각성하지 못하면 전 평생 판데모니움에서만 살다 죽는 거니까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브루스트호닌의 정착민으로 새 인생을 시작해 볼까 해요.

그런데 공고문을 보니 정착민이 되려면 자격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자세한 조건은 담당자에게 확인하라고 하는데 아무리 편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어요. 위험한 곳이라 중간에 편지가 분실됐거나 했나봐요.

혹시 브루스트호닌에 가는 길이시면 담당자분께 제가 자격 조건이 되는지 확인 좀 해 주시면 좋겠는데...
감사합니다. 공고문을 보니 담당자가 세 분인데 斯里迪, 汉斯, 派帕더군요.

그분들께 제가 정착민으로서 자격이 충분한 지를 물어봐 주세요.

제 특기는 악기 연주와 재봉이고요, 호신 차원에서 단검술을 약간 배웠습니다.

그리고 요리도 잘하는데 가장 자신있는 건 포크랩 볶음과 초콜릿 사탕이에요.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조심히 다녀 오세요.
玩家 님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다니는 곳마다 굵직굵직한 공을 세우신다길래 여기에도 오셨으면 했는데 정말로 오셨군요.

앞으로 언데드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요, 하하하.
그 일 때문에 일부러 오신 겁니까?

헬티뇰라라고요? 기억하다마다요.

하도 황당해서 편지 내용까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착민이 되려면 농사 기술이 있거나 싸움을 잘하거나 신성력이 높아야 하는데 다른 건 모르겠고 단검술이라고 했나요?

그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습니다. 아가씨들이 호신용으로 배우는 게 어떤 건지 아는데 그걸로 여기서는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입니다.

그러니 그 아가씨한테 빨리 꿈 깨고 신부 수업이나 열심히 받으라고 하세요.
좋은 기운을 지녔구려.

혹시 이곳의 정착민으로 지원할 생각 없소?

에르빈의 수호기사로 딱 제격일 것 같은데...
글쎄, 처음 듣는 이름인 것 같은데...

정착민으로 지원하겠다는 편지가 하루에도 수백 통씩 오는데 그 이름을 어찌 다 기억하고 있겠소.

쓸만한 사람들은 따로 추려서 연락을 했는데 지금껏 답장이 없다면 조건이 안 되서 떨어트렸나 보오.

그건 그렇고 정말 생각 없소? 다른 사람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데.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속담 들어 보셨소?

당신을 보니 그 속담이 생각나는구려.

둥글둥글하게 지내야 세상 살기가 편한 법인데 능력이 너무 뛰어나도 그게 힘들어지니...
헬티뇰라? 아, 그 끈질긴 아가씨 말이로군.

매일 편지를 쓰는지 지금도 하루에 한 통씩 편지가 오오.

웬만하면 정성이 갸륵해서 뽑아주려고 했는데 보니까 도통 쓸모 있는 게 있어야 말이지.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보아하니 씨 한 번 안 뿌려본 것 같고, 요리? 초콜릿 사탕이라고 했나? 여기서 그걸로 배나 차겠소?

그 아가씨에게 이제 편지 좀 그만 보내라고 전해 주시오.
데바님, 브루스트호닌에서 돌아오시는 길인가요?

그분들은 만나 보셨습니까?

제가 보낸 편지는 보셨다고 하던가요?
그랬었군요. 그런 줄도 모르고 전 계속 편지를 보냈으니...

(황급히 눈물을 닦으며) 문제는 부모님이 아니라 제 자신이었던 것 같아요.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갈 준비는 하나도 안 해 두었으니 말입니다.

부족한 점이 어떤 건지 알았으니 앞으로 하나씩 익혀야겠어요. 편지로 알려 주셔도 되는데 직접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