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라브다쿠스가 참았어야 했습니다.

아, 제가 너무 뜬금없이 말했군요. 얼마 전에 사건이 하나 있었거든요.

시엘의 서부 요새로 지원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 요새 바깥에서 마족과 전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규모의 마족 군단이 지원 병력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대할 적이 엄청나게 늘어나자 백부장님은 요새를 수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하셨지요.
그래서 모두 거점을 버리고 요새로 후퇴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하지만 마족은 우리가 퇴각하지 못하게 하는 게 목적이었는지 계속해서 우리를 도발했습니다.

다들 그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명령대로 신속하게 후퇴했지만 라브다쿠스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마족의 도발을 참지 못하고 놈들에게 달려들어 전투를 벌였지요.

실력이 뛰어난 친구니까 여러 명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놈들을 처치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숫자가 워낙 많으니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라브다쿠스도 요새로 퇴각했지요.
백부장님은 명령에 불복한 拉布达库斯를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요새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행동이었으니까요.

바로 총사령관님께 보고가 들어갔고, 운페스트로 변신시키라는 벌이 내려졌습니다.

너무 가혹한 벌이라고 많은 가디언들이 탄원을 했지만 총사령관님은 마음을 바꾸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라브다쿠스의 지나친 행동이 처음이 아니었으니까요.

지금 라브다쿠스는 시엘의 오른쪽 날개 옆에 있는 그늘 섬에 유배돼 있습니다. 운페스트의 모습으로요.

그에게 전해 주고 싶은 것이 있는데 玩家 님이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이건 우리 레기온의 휘장입니다. 拉布达库斯가 가지고 있던 것이지요.

이 휘장을 보면서 죄를 용서받고 레기온으로 돌아올 날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가지라고 전해 주십시오.

그나저나 운페스트로 있는 동안 라브다쿠스가 성질을 죽이는 법을 좀 배웠으면 좋겠네요.

급한 성격만 고친다면 그 실력으로 얼마든지 출세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어비스로 올 때는 내가 이런 꼴로 있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저처럼 뛰어난 병사가 이런 벌을 받다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아, 물론 제가 좀 잘못을 하기는 했지요. 백부장님의 명령을 듣지 않았으니까요.

그렇지만 마족을 여러 명 처치했지 않습니까.
그래도 동료들은 날 걱정하고 있었군요.

하아, 동료들과 함께 다시 전투하기 위해서라도 총사령관님이 빨리 마음을 바꾸셔야 할 텐데...

동료들의 마음을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총사령관님을 만나면 제가 많이 반성하고 있더라고 좀 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