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모니움에 있을 때에 비하면 일선에서 일할 때의 음식은 어느 지역에 가나 형편없다오.

결계탑이라고 요새나 감시초소와 특별히 다른 건 없으니 말이오.

그래도 이곳에 와서 풍미가 좋은 음식을 하나 발견했다오.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는 곳에 적응하기 마련 아니겠소?
트리피드를 키우는 밭에서 같이 길러서 그런지 이랄시그 마을에서 나는 곡물이 향이 아주 근사하다오.

그래서 계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곡물을 보급받고 있소.

헌데 지금 약속한 날짜에서 보름이 지나도록 곡식이 오지 않고 있어서 말이오.

한 사나흘은 괜찮았는데 보름쯤 되니 배가 고파서 결계 수호자 체면이고 뭐고 독촉을 좀 해야겠다 싶구려.

그래서 얼른 곡식 좀 가져다 달라고 편지를 썼으니 泰高尔에게 전해 주겠소?
자, 여기 있소.

테코르가 너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잘 돌려서 쓴 걸작이라오. 그러니 심심하면 가는 길에 한번 읽어 보구려.

내 재치에 감탄하다가 편지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시오.

꼭 伊拉西克村庄에 있는 泰高尔에게 전해 주시오.
트리피드 수확을 망친 제가 그나마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 있는 건 결계탑에 곡식을 납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확이 늦어져서 약속한 날짜가 지나서도 못 보내고 있네요.

내일쯤이면 보낼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이러다가 납품할 곳을 바꾸는 건 아니겠지요?

큰돈 되는 일이 아니라 발롬이 신경 쓰지 않아서 그나마 따낸 일인데...
티르 님은 정말 너그러운 분이시군요.

보름이나 납품이 늦었는데도 화를 내지 않는 걸 보면 말입니다.

게다가 꽤 재미난 분이신 것 같네요. 편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농담인 걸 보면요.

내일이면 곡식을 가져갈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