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용족과 큰 전투가 벌어졌을 때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오.

데바뿐 아니라 인간들도 목숨을 바쳐 싸웠소.

데바든 인간이든 아인종이든 할 것 없이 모두가 한마음이었지.

나는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데바였고 브루스트호닌의 인간 병사들은 모두 훌륭한 전우였소.

대부분 전투를 치르던 중에 죽고 말았지만, 한 명만이 살아 남아 용족과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함께 우정을 나누었지.
그의 이름은 포트랜이었소.

나는 포트랜이... 용족을 물리친 브루스트호닌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소.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노인이 되어 죽음을 맞을 때까지 말이오.

하지만 내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소. 용족은 사라졌지만 오염이라는 새로운 재앙이 나타났으니까.

전투를 끝낸 아칸들이 안심하고 판데모니움으로 되돌아갔다가 브루스트호닌의 소식을 듣고 왔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소.
포트랜 역시... 오염 때문에 병들어 죽고 난 후였소. 대체 무엇을 위해서 용족과 치열한 싸움을 벌인 것인지...

오염으로 죽은 자들은 대부분 언데드가 되고 말았다오. 차라리 용족에게 죽는 편이 나았을지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포트랜을 위해 묘비를 세우는 것뿐이었소.

普特连的坟墓을 찾아본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소.

최근 브루스트호닌의 땅이 회복되어 포트랜이 좋아하던 꽃이 다시 피어나고 있다오. 그 꽃을 普特连的坟墓에 바치고 싶은데 당신이 조금 도와주겠소?
포트랜이 좋아하던 꽃의 이름은 水仙요.

용족을 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비던 친구였지만 의외로 꽃과 식물을 참 좋아했지.

오염이 시작된 이후 나르시서스가 자라는 것을 통 볼 수 없었는데 요새는 곳곳에서 자라고 있더군.

나르시서스 꽃을 보니 옛 생각이 더 난다오. 우리가 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포트랜의 임종조차 보지 못했소.

혹시 임무를 수행하다가 水仙를 보거든 그 꽃을 꺾어다 주시오. 그 꽃으로 普特连的坟墓에 바칠 꽃다발을 만들려고 하오.
에르빈과 함께 지낸 지도 꽤 오래 지났구려.

그녀가 데바로 각성했다는 것을 알고 판데모니움의 템페르로 보내려고 했었소. 하지만 벨다자르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아서 내가 옆에서 이것저것을 가르쳐 왔다오.

물론 내가 에르빈에게 배운 것도 많소. 꽃다발을 만드는 것도 에르빈에게 배웠지.

내가 부탁한 水仙은 어떻게 되었소? 에르빈에게 배운 솜씨를 포트랜에게도 보여 주고 싶구려.
꽃잎이 싱싱하구려. 향기도 싱그럽고... 아주 아름다운 나르시서스로구려.

브루스트호닌이 오염된 후로 다시 나르시서스의 싱싱한 꽃잎을 보게 될 거라고는 솔직히 믿지 않았소.

아직 이 땅에 희망이 남아 있다는 뜻이겠지.

꽃이 시들기 전에 빨리 꽃다발을 만들어야겠구려. 잠시 기다려 보시오.

에르빈에게 배운 솜씨를 발휘해 보리다.
자, 다 되었소. 조금 흐트러지긴 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소?

내 부탁을 하나 더 들어 주겠소?

나 대신 이 꽃다발을 普特连的坟墓에 가져다 주시오.

브루스트호닌이 버림받은 후 낯선 사람이 온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라오. 포트랜도 내 얼굴은 이제 지겨울 테지.

당신이 꽃을 가져가면 포트랜도 기뻐할 것이오. 포트랜이 저세상에서나마 안식을 찾기를 빌어 주시오.
水仙를 찾지 못한 모양이구려.

예전처럼 들판에 만발한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브루스트호닌에 나르시서스가 자라기 시작한 것은 틀림없소.

천천히 찾아 보시오. 나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 왔으니 조금 더 기다린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오.
(무덤 앞에 비석이 있다.)

('포트랜, 이곳에 잠들다.')

(묘비명을 보니 이곳이 포트랜의 무덤인 것 같다.)
(비석 앞에 꽃을 바쳤다.)
데바들은 많은 사람을 떠나보내야 한다오.

인간은 무척 약하고 수명이 짧으니 말이오.

포트랜이 죽음은... 내가 아직 이별에 익숙하지 않았던 때라 더욱 생각이 난다오.

포트랜의 무덤에 헌화는 하셨소?
감사하오. 브루스트호닌에 핀 나르시서스 꽃다발을 바쳤으니 포트랜의 영혼도 기뻐할 거요.

포트랜이 브루스트호닌에서 평생을 보내길 바랐던 소망은 이루지 못했지만 희망은 찾았으니 말이오.

언젠가 이곳도 예전처럼 사람이 살게 될 거요.

비록 포트랜은 죽었지만 그의 자손들, 친척들, 친구들은 살아갈 수 있겠지. 인간은 피로 이어져 있으니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