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최초의 옷은 나를 위한 옷이었어. 늘 예쁜 옷을 입고 싶었지만 딱히 옷을 사 입을 만큼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거든.

의외라는 표정이네? 화려한 모습 뒤에는 어두운 과거가 있는 법이라고.

아무튼 내가 직접 만든 옷을 입고 거리를 나서자 모두 칭찬해 주었어.

어디서 샀냐고 물었고 팔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 모두 나를 쳐다봐 주고 관심을 가져 주었어. 나는 유명해졌지!

뭐, 그 후 명인의 눈에 띄어 제자가 되었고 지금의 자리까지 서게 된 거지.
여태 옷을 만들면서 의심해 본 적이 없어. 난 내가 입을 것을 상상하며 옷을 만들고, 옷을 만들면 내가 가장 먼저 입어 봤지.

내가 만드는 의상은 모두 나를 위한 것이고, 나만이 가장 훌륭한 모델이었지.

거울에 비친 나는 아주 만족스러웠어.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내 옷을 입어도 아름다울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어.

자신만만하게 고급 의상점을 열게 되었지만 요새는 고민이 조금 있네.

내 옷을 입은 여성들이 정말 만족해 하고 있는지 말이야. 형씨가 조금 도와줬으면 좋겠어.
정말이지, 천하의 미온느가 이런 고민에나 빠져 있다니!

이게 다 유제너 님 때문이야. 진정 고객을 위한 옷을 만들고 있냐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하셔서 내 머리만 잔뜩 복잡해진 거지, 뭐. 옷을 만드는 것은 자신 있지만 장사는 처음이라서 말이야.

어서 고민을 해결해서 훌훌 털어버려야겠어.

그럼, 가장 최근에 내 옷을 구입한 명단을 알려 줄게. (장부를 뒤적이며) 판데모니움의 丽都拉莎, 벨루스란의 拉毗雯, 모르헤임의 普雷那伊로군.

다 기억했어? 그럼 가서 물어보고 와. 내 옷이 마음에 들었는지 말이야.
(혼잣말로) 이번 생활비도 적자가 나버렸네. 어쩌면 좋지?

거기 잘생긴 오빠, 혹시 키나 여유 좀 있어요?

얼굴이 잘생긴 것을 보니 주머니도 두둑할 것 같은데... 괜찮으면 조금만 빌려 줘요.

기왕이면 저처럼 멋진 여인한테 선물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 안 드나요?
어머, 미온느 의상점의 옷을 구입했는지 어떻게 알았죠? 다음 연회 때 입으려고 아직 상자를 풀지도 않았는데...

아무튼 그 옷 덕분에 또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죠.

하지만 가격이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한답니다. 제가 아무 생각없이 돈쓰는 줄 아세요?

미온느 의상점의 옷이야말로 나를 위한 옷이랍니다. 나의 품격, 나의 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나만의 옷이죠.

그런 옷을 어떻게 사지 않고 버티겠어요? 남자인 당신은 모르겠지만, 여자는 빵만 먹으며 살 수 있는 건 아니라고요.
안녕하세요, 데바님.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골라 보세요.

봉혼석, 귀환 주문서, 화살... 없는 물건이 없답니다.
데바님도 미온느 의상점에 대해 잘 아시나보네요!

요즘 여자들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답니다. 티모간드 님의 옷도 아름답지만 미온느 님의 옷도 아주 멋지죠.

전 사치를 부리는 성격이 아니지만 그 옷은 안 사고는 못 배기겠더라고요.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예쁘다고 칭찬해 주시지만, 이 옷은 상인 협회에서 제공되는 옷이에요. 저만을 위한 옷이 아니죠.

하지만 미온느 님의 옷은 반짝반짝 빛난답니다. 그 옷을 입으면 바나할 거리의 아가씨들도 부럽지 않아요. 정말 구입하길 잘했다니까요.
모르헤임 얼음요새는 아름다운 곳이죠.

매일 그림을 그려도 질리지 않는다니까요.

이렇게 붓을 잡고 있을 때는 근심을 잊을 수 있답니다.
마을에 소문이 나긴 했지만 데바님까지 알고 계실 줄은 몰랐네요.

그 옷은 제가 직접 구입한 게 아니라 헤어진 남편이 보낸 옷이랍니다.

경제적으로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 그이와 영영 헤어지기로 마음 먹었는데... 이런 선물을 받으니 마음이 흔들리네요.

대체 무슨 돈으로 구입한 걸까요. 보기에도 매우 값비싸 보이는데 말이죠.

이런 옷은 저에게 과분한 사치겠죠? 하지만 잠시라도 꿈꿀 수 있답니다. 초라하지 않고 당당한 내 자신을요!
(공책에 뭔가를 열심히 그린다.)

깜짝이야! 뭐야, 형씨잖아. 벌써 갔다 온 거야?

마침 새로운 영감이 떠올라 잊지 않도록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

내 옷을 산 여인들은 만나 봤어? 무슨 얘기를 했을지 궁금하네. 어서 말해 봐.
(고개를 갸웃하며) 정말 그렇게 말했어?

나를 위해 만든 옷이었는데 그들은 자신을 위한 옷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지?

그렇군. 옷에 담긴 내 마음을 그들이 느낀 거야. 나는 고객을 배려하지 못했지만 고객은 나를 이해해 준 거지.

하지만 뭐 어때? 나는 내 마음대로 옷을 만들고 손님들은 내 옷을 좋아해. 그럼 만사형통이지! 괜히 고민한 것 같아.

아무튼 잘 알았어. 형씨 덕을 봤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