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는 들었지만 엘리시움은 정말 많이 변했군.

건물도 휘황찬란하고, 다들 옷이며 영양 상태가 참으로 좋아 보여.

내가 활동하던 무렵엔 먹을 게 부족하고 다들 여유가 없었지.

하기야 자네같은 젊은 데바가 뭘 알겠나.

브락스 뒷다리 하나로 가디언 부대 전체가 끼니를 떼워 봤겠나, 스파키 열 마리로 백 명분의 죽을 끓여 봤겠나.
하도 오랫동안 방랑을 하다 보니 슬슬 지겨워지더군.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고 말이야.

그래서 아트레이아를 한 바퀴 돌 때마다 뭔가 목표를 세워서 달성해 보려고 했다네.

이번 여행의 목표는 새로운 음료를 만드는 거지. 내가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 데다 마침 각지에서 수집한 약초들도 있고 해서 말일세.

음료가 어느 정도 완성은 됐는데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이 있어서 엘리시움에 온 걸세.
오랜 기간 혼자 방랑하다 보면 궤변이 늘기 마련이지. 남들과 교류가 적어서 그런지 자기 생각에 빠져들거든.

이번에 만들 음료도 혹시 내 입맛에만 맞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네.

기왕이면 모두가 환영할 만한 걸로 만들고 싶은데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내 부탁 하나만 들어 주겠나? 내가 일러주는 사람을 만나 어떤 맛의 음료를 원하는지 조사해 오면 되네.
하도 오랫만에 왔더니 길도 잘 모르겠고 모든 게 낯설었는데 자네를 만나 다행이군.

그럼 먼저 特里利安한테 어떤 맛의 음료를 원하는지 물어봐 주게. 옛날 친구의 아들인데 그 친구가 살아 생전 아들 걱정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네. 이런 때 나라도 챙겨줘야 하지 않겠나?

두번째는 作业监工乌蒙일세. 누구한테든 사랑받는 음료를 만들려면 슈고 입맛도 참고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마지막으로 密尔迪尔의 의견을 물어 오게. 예술을 하는 데바는 미각도 예민한 법이지.

자, 그럼 조사는 자네가 알아서 잘해 줄 걸로 믿겠네.
제로라는 고대 데바가 제 의견을 물어봐 달라고 했단 말입니까?

글쎄요... 통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어쨌든 고마운 분이시군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도 아주 오래 전의 일인데 아버님의 친구신지, 어머님의 친구신지도 모르겠고요.

제가 찾아 뵈어야 도리지만 방랑을 하신다니 언제 이곳에라도 들러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보시다시피 이 주변이 심각하게 사막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선지 웬만한 물이나 음료로는 갈증이 가시지를 않아요.

날이 어두워지면 좀 낫지만 모래 바람이 심한 날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지역에 워낙 물이 귀한지라 마음 놓고 퍼 마실 수도 없고요.

마시면 잠시라도 더위를 잊을 수 있는 음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쎄당. 슈고 입맛을 어떻게 다 말하라는 거냥.

원래 슈고 입맛은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 미묘하당, 갸릉.

음식도 많고 맛도 많고, 오죽하면 내가 절대 못 먹는 것도 있겠냥?

슈고 입맛에 맞추다 보면 애매한 맛이 나올지도 모르니 그냥 포기해랑, 냥냥.
내 입맛에 맞는 건 톡 쏘는 맛이당.

전에 비슷한 거 먹어 봤는데 꼬리털이 다 서는 줄 알았당, 냥!

근데 은근히 중독성이 있더랑.

누가 그런 걸 만들면 누몽한테도 꼭 갖다 줘랑, 갸릉.
마침 잘 왔구려.

구도가 맘에 안 들어서 머리를 식히려던 참인데...

예술하는 사람은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제일 괴롭다오.

주문받은 그림이 언제 다 되느냐고 독촉이 심한데 시간만 흐르고 붓질은 더디니 초조하구려.
이럴 땐 정말 마법의 물약이라도 마시면 좋겠소.

마시면 머릿 속에서 불이 켜지는 것 같은 음료 말이오.

영감이 휘몰아쳐서 작품을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말이 좋아 예술이지, 이럴 땐 가디언이 되지 않은 게 후회스러울 따름이라오.
그래 어떻게 되었나?

내가 알려준 대로 새로운 음료에 대한 조사를 해 봤나?

과연 어떤 맛을 원하고 있는지 궁금하네.

하나도 보태거나 빠뜨리지 말고 그대로 전해 주게.
아, 흐으음. 뭔가 영감이 떠오르는 것 같군. 모두가 애타게 찾는 맛이...

(뭔가 알 수 없는 재료를 섞더니 빛이 나는 음료를 완성한다.)

어서 마셔 보게나! 방금 내가 아트레이아에 없던 새로운 맛을 창조해 낸 것 같네.

눈처럼 깨끗하지만 눈보다 더 섬세하고 시원한 맛을 가진 이 음료를... 그래, 설정수라고 부르겠네.